"파라과이 정영구 대사 발언 엄중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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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정영구(鄭榮九) 주 파라과이 대사가 한국 경찰 수사 관행에 대한 비하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정 대사의 발언 경위를 조사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사의 문제 발언은 27일 방영된 SBS TV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왔다. 1999년 발생한 파라과이 한인 남매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구금된 교포 페드로 김(한국명 김승민)씨의 누명 의혹을 파헤치는 내용이었다.'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진은 김씨의 결백을 뒷받침하는 여러가지 단서를 바탕으로 파라과이 경찰이 사건을 은폐·조작했다고 결론지었다.

현지 대사관의 입장을 묻는 자리에서 "파라과이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수사비를 줘야한다는 얘기 들으셨어요"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정대사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것 아니에요?"라고 반문했다. 제작진이 어이없어하며 "예?"라고 다시 묻자 "(그런 일은) 조금씩은 있는 일 아닌가, 어디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어 김씨가 감옥 내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정대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가 구속된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는지 체크하는 거예요. 실제로 인권침해 호소는 없었어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감옥 안에서 핸드폰도 쓰고) 분위기가 자유롭다고 하던 걸요"라며 시종일관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날 방송이 나간 후 SBS·외교통상부·파라과이 대사관 홈페이지에는 "정대사를 즉각 해임하라" "대사관의 역할을 저버린 행위"라는 등 비판의 글이 4천여건이나 쏟아졌다."억울한 일을 당하면 제일 먼저 힘써줘야 할 대사관이 이런 문제에서 발을 빼려 하다니 어이가 없다","요즘 우리나라에 돈받고 수사하는 경찰이 어딨는가. 한국 경찰에 대한 모독이다" 등의 내용이었다.

정대사를 인터뷰한 장경수 PD는 "일국을 대표하는 대사의 말 치고는 너무 무책임해 보였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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