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대결'압축 영남 지방선거가 첫 시험대:盧후보 연설문에 담긴 정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지난 27일 후보수락연설에서 대선후보로서의 공약과 정책의 줄기를 선보였다. "안정된 경제기조를 유지하면서 현 정부가 추진했던 개혁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성장과 분배의 조화▶빈부격차 완화▶중산·서민층의 생활안정 등을 강조했다. 복지와 분배 쪽에 무게가 실려 있는 발언이다.

후보는 또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무총리의 각부 통할권과 국무위원 제청 및 해임 건의권을 보장하는 '책임총리제'를 확립하고, 국무회의를 명실상부한 국정 최고심의기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노사분쟁의 현장 등 갈등이 있는 곳은 필요한 경우 직접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당과의 조율을 거쳐 구체적인 공약과 정책이 나오겠지만 후보의 이같은 정책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서민생활 안정에 주력=후보의 경제정책 기조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로 요약된다. 특히 서민생활의 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서민생활 안정이 없는 성장은 거품이라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인 5% 이상의 국내총생산(GDP)성장을 달성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탈락하는 서민들을 '사회연대'로 묶어 다시 시장으로 되돌린다는 게 후보의 구상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은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재벌에 대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재벌의 불공정 관행을 막지 않으면 시장의 룰이 깨지고 경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기업집단지정제도는 현 수준을 유지하며, 집단소송제 적용대상은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후보는 가까운 시일 안에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와 같은 경제단체들과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공기업 민영화 문제는 "계속 추진하되 산업기술상 독점적인 성격이 강하고 통합에서 오는 이익이 크며, 사회연대를 보장해야 하는 철도와 전력 등 망(網)산업에 대해서는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

◇노사갈등 직접 나선다=후보는 "노사분쟁을 외면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고 했다.

노사정위원회를 단순히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을 조정하는 곳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실질적 사회협약기구로 개편하고, 중요한 일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나섰다가 중재가 안되면 일이 더 꼬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후보의 언론정책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그는 최근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부당한 공격에는 정면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특정신문에 대한 비난 강도를 낮추지 않고 있다.

그는 또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 신문의 시장점유율 제한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후보가 당선된 후 이같은 입장을 강행하려 할 경우 언론과 정면충돌도 예상된다.

◇한국 주도의 대북정책=대북정책은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계승한다는 것이다. 금강산 개발과 개성공단 건설, 경의선 복원, 전력지원 등은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남북관계와 북·미, 한·미관계에서 평화에 관한 한 우리가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쪽이다. 특히 한·미관계에 있어서는 현 정권보다 거리를 둘 것 같다. 그는 최근 "미국에 볼 일이 있으면 간다. 볼 일이 없어도 한가하면 간다. 그러나 국내정치용으로 사진찍기 위해선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