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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땅따먹기'전쟁 수도권은 부르는게 값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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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7면

수도권은 지금 '땅 전쟁'중이다. 주택 분양경기는 좋은데 집 지을 땅은 부족하다. 이 때문에 택지가 매물로 나왔다는 정보가 있으면 건설업체·시행사·토지브로커들이 달려들어 한바탕 격전을 치른다. 이 때문에 땅값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치솟았다. 동문건설 용지담당 공재국 이사는 "지금의 시세에 땅을 사면 수익을 내기가 어렵지만 사업을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구입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개인 소유의 땅이 귀하다 보니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골칫거리로 남아있던 분당·일산신도시의 상업·업무용지가 동났다.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나오는 단독택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 초기에 5천만~1억원의 웃돈이 붙을 정도로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일단 잡아놓고 보자"=수도권 땅은 업체들이 0순위로 노린다. 부동산시장 투자 열기가 식긴 했으나 분양시장은 여전히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에 땅만 확보하면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업체의 계산이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요즘은 대형 건설사들도 땅 가진 중소 시행사를 상전 모시듯 한다"며 "업체들이 재건축·재개발이 혈안이 돼 있는 것도 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땅을 사기 위해 해외까지 출장가기도 한다. 부동산개발업체인 DK건설 황성식이사는 얼마 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땅을 계약하러 미국에 다녀왔다. 땅 주인이 이민을 갔기 때문이다.

황이사는 "지난해까지는 돈만 있으면 살 만한 땅이 많았지만 지금은 지주에게 애원을 하며 땅을 사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땅 수요가 늘면서 값도 놀랄 만큼 치솟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평당 6백만~8백만원이던 서울 강남 주택가의 단독택지는 평당 1천1백만~1천3백만원, 대로변 상업용지는 평당 3천만원을 웃돈다.

토지공사의 미분양 토지도 크게 줄었다. 1998년 말 3백66만평이던 토공의 토지 재고량은 이달에는 1백80만평으로 절반이나 감소했다.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는 상업·업무용지는 거의 다 팔렸다. 토공 분당사업소 관계자는 "도시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팔지 못한 땅을 빼면 남아있는 상업용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땅 전쟁에는 일반인들까지 가세했다.지난달 공급한 용인시 신봉·동천지구 단독택지는 최고 3천1백7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분양한 구리 토평지구 단독택지에도 13필지에 1천7백94명이 몰렸다.

토지 매입은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소 시행사가 전담한다. 경쟁이 심해 의사결정이 느린 대형사가 땅을 구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땅을 매입한 시행사는 계약금만 내고 잔금은 시공을 맡긴 건설사로부터 대여금 형식으로 지원받는다.

◇덩달아 오른 곳은 거품 빠질 수도=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가라앉아 있던 토지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개발 재료가 없는 곳은 '가격 거품'이 길게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올들어 토지시장에 몰린 돈은 개발 가능성이 크거나 1~2년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블루칩 땅'에 한정되고 있다. 과거처럼 시간에 관계없이 돈을 묻어두고 기다리겠다는 장기 투자자는 아직 극소수라고 부동산 중개업계는 전한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단순히 묻어두기보다 변화가 일고 있거나 예상되는 지역을 가려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金사장은 ▶도로개통지역▶그린벨트 해제지역 주변▶아파트 부지▶신도시 예정지역▶토공·지자체가 공급하는 공공택지▶국책사업 예정지 등은 땅 매입 전쟁이 연말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이 땅을 살 때는 지자체를 찾아가 도로신설 및 확장계획을 조사하는 게 낫다.

간혹 도로변에서 다소 떨어진 곳도 도로 신설로 혜택을 보는 경우가 있어 굳이 값이 비싼 도로변 땅을 매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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