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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장 이문제] 태풍' 매미 ' 엉터리 보상·발주 투성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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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지난해 태풍 '매미'로 파괴된 거제 산달도 산정마을 호안 복구공사.[송봉근 기자]

지난해 여름 태풍 '매미'피해를 본 경남지방에서 피해보상과 복구공사에 투입된 3조80억원의 돈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각종 불법이 드러나면서 자치단체와 해당 업체들이 심한 '후 폭풍'을 겪고 있다. 양식장 보상비를 부풀려 받아낸 거제시의회 의장과 부의장이 구속되는 등 10여명의 양식업자가 사법처리된 거제.통영지역 정가는 초상집 분위기다.

일부 시.군 복구 공사 담당 공무원은 수의계약으로 특정업체에 공사를 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 피해 부풀리기=경남의 굴.멍게 등 양식장 보상비는 국비와 지방비 등을 합쳐 1만4198건에 2957억원. 보상비 지급 직후부터 일부 양식업자가 '고기 수 펑티기'를 했다는 소문은 나돌았다.

따라서 전체 보상금 규모로 봐서 검찰이 이번에 밝혀낸 통영.거제 지역의 불법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영신 거제시의회 의장은 거제시 일운면 1㏊의 어류양식장의 어류가 유실됐다며 피해액을 4억여원으로 신고했으나 실제는 2억여원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은 주로 어린 고기(치어) 구입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자행됐다.태풍 피해 규모를 양식장에 넣은 치어 수로 계산하는 자연재해 대책법 규정을 악용하는 것이다.치어를 양식장에 넣을 때 관할 시군에 신고토록 돼 있다. 치어 구입량은 판매업자의 확인서가 기준이 된다.

따라서 양식장에서 판매한 고기는 신고의무가 없기 때문에 판매한 고기를 피해 본 것처럼 신고해도 확인하기 쉽지 않다.

◆ 특정업체 봐주기=감사원은 복구 공사 과정에서 의령.창녕.고성.거창 등 4개 군에서 609건(1807억원)의 불법 수의계약이 이뤄진 것을 밝혀내고 부군수와 과장 등 12명에 대해 검찰수사를 의뢰했다. 공사비가 1억원이 넘어 경쟁입찰을 해야 하는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다. 4개 군의 경쟁입찰 대상 공사 656건 2232억원 중 80%(공사비 기준)가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들은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복구를 빨리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사법처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4개 군이 피해가 발생한지 21~37일 지나 계약을 체결,관련 법의 긴급입찰 기간(20일)을 어겼다고 반박하고 있다.

감사원은 4개 군을 제외한 8개 시군과 경북.강원.전남 등의 21개 시군은 1억원이 넘은 공사에 대해 공개입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창녕군(492건)은 45억원 공사 1건만,고성군(319건)은 16억원 공사 1건만 입찰을 하는 등 4개 군의 수의계약률이 99%로 나타났다. 창녕군은 또 9개 업체에 73건(평균 8.1건),나머지 58개 업체에 98건(평균 1.7건)을 맡기는 등 물량 배정에 심한 불균형을 보였다.

감사원은 4개 군이 견적서를 제출 받지도 않고 수의계약 업체를 선정,공사를 배정하는 등 관련 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군에서는 예정가격을 미리 알려준 경우도 드러났다.

◆ 대책=경남도는 양식어류 피해 산정을 위해 치어 입식기준을 새로 만들자고 정부에 건의했다. 가두리 양식장 크기와 어종별로 기를 수 있는 고기 수를 정한뒤 기준을 초과하는 고기는 피해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또 양식어류의 중간 판매 수량을 신고토록 하자고 건의했다.

경남도 김석상 어업생산과장은 "치어의 유통과정을 전산화 하고 판매 수량도 세무당국에서 알 수 있도록 한다면 부풀리기는 줄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도 검찰수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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