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과 사진 찍어야 명함 내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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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선을 1년여 앞둔 1991년 9월 24일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35층 스위트룸. 노태우(泰愚)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김영삼(金泳三·YS) 당시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을 데려갔다. 이날 YS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김대중(金大中·DJ) 당시 민주당 공동대표도 이즈음 뉴욕에 있었다. DJ는 미 의회 의원들과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을 만나고 카네기 협회·컬럼비아대 강연 등을 이어갔다. YS측에선 부시와의 만남을 여권의 후계구도와 연결지었고, DJ측도 대미(對美)외교 역량을 과시했다.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朴正熙)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61년 11월 케네디 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잡는데 성공했다. 12·12를 거쳐 정권을 잡은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도 사형선고를 받은 DJ의 석방을 대가로 81년 2월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87년 9월 노태우 당시 민정당 후보는 全전대통령의 주선으로 미국을 방문, 레이건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 만남은 5분여 동안에 불과했지만, 두 사람이 찍은 사진은 선거 과정에서 회자됐다.

역시 대선을 앞둔 97년 9월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와 이회창(會昌) 한나라당 후보측은 클린턴 정부에 끈을 대기 위해 엄청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쪽은 클린턴의 절친한 흑인 친구인 버논 조던, 金후보쪽은 조지 스테파노풀러스 전 백악관 대변인을 잡았다.

그러자 부작용을 염려한 미국 정부는 한국의 대통령 후보가 면담할 수 있는 정부 관계자를 차관보급으로 제한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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