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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性 진출이 부패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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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성이 부패 퇴치 및 사회 투명성에 미치는 영향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이영 교수)

여성의 경제 활동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덜 부패한다는 가설에 근거를 두고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 부정 부패가 줄고, 이에 따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부패는 경쟁을 제한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대표적 요인이다.

부패에 대한 남녀간의 차이는 여러 분야에서 실증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세계은행이 에콰도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실시한 부패에 대한 태도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운영하는 기업은 남성이 운영하는 기업에 비해 덜 부패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기업운영 과정에서 뇌물이 오가는지를 조사한 항목에서는 여성기업가의 기업은 전체 접촉의 4.6%에서 뇌물 공여가 이뤄진 반면 남성기업가의 기업은 12.5%로 껑충 뛴다.

1981년과 1991년 두차례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실시된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 결과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 여성 응답자는 61.5%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답했으나 남성 응답자는 54.4%만 같은 대답을 했다.

또 주운 돈을 갖는 행위에 대해서는 여성의 51.6%가 용납될 수 없다고 답했으나 남성의 경우 4.9%만이 용납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공무수행 중 뇌물을 받는 것, 받아서는 안 될 정부보조금을 받는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 등 부패와 관련된 모든 항목에서 여성이 더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의원·장관 중 여성의 비율,여성의 경제활동,종교,교육연수 등을 고려해 측정하는 국가청렴도 측정에서도 같은 결과를 낳는다.

여성 사회활동 참가율의 10% 포인트 증가는 국가 청렴도 지수(KKZ지수)를 0.25 증가시키고,부패지수(TI지수)1.2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여성의 의회·정부 고위직 진출과 경제활동 참가가 높은 나라일수록 부패가 덜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에서는 남성경관들의 법규위반 범칙금 부과 권한을 박탈하고 여성 경관들에게만 이런 권한을 부여해 성과를 거뒀다. 프랑스는 사회 전반의 형평성 제고와 교육·의료·빈곤에 관한 보다 나은 의사 결정을 기대하며 여성의 정치·경제 참여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이 덜 부패하는 이유로는 생물학적 차이 외에도 사회화 과정의 차이, 부패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도의 차이, 뇌물수수 방법에 대한 지식의 차이 등이 꼽힌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부패에 노출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부패에 대한 남녀의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영 교수는 이에 대해 "부패에 대한 남녀의 차이는 여성의 사회·경제 참여가 오랜 기간 이뤄져 온 OECD 국가에서도 강하게 관찰되고 있다"며 "적어도 중단기적으로는 여성이 남성만큼 부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리=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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