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게릴라 콘서트' 폐지 주장 문화연대 등 "방송사가 홍보 대행사인가"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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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연예인의 면죄부 프로그램인가, 아니면 가수들의 홍보 무대인가.

MBC 오락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한 코너인 '게릴라 콘서트'가 위기에 직면했다.

가수가 당일 홍보만으로 일정수 이상의 팬들을 동원하면 콘서트를 열고, 실패하면 그냥 자리를 떠난다는 설정의 이 코너는 그간 사전 정보 유출설로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엔 다이어트 파문을 일으킨 개그우먼 이영자가 이 코너를 통해 조심스럽게 방송에 얼굴을 내밀자(사진) "가수가 아닌 개그우먼이 웬 콘서트냐" "슬그머니 방송에 다시 복귀할 의도냐"라는 등 프로그램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급기야 한 시민단체는 이 코너의 철폐를 주장하고 나섰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는 19일 성명을 통해 "'게릴라 콘서트'는 내가 몇명을 동원할 수 있는 가수인가를 등급 매기는 품질 검사장이나 다름 없다"며 "특정 가수들의 홍보 대행업을 자임하고 기본적인 약속과 원칙들마저 지키지 않는 이 코너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무명가수의 음악과 인생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 '게릴라 콘서트'의 힘에 우선 박수를 보내고 싶다"면서도 "대부분의 가수들이 새 앨범 출시에 맞춰 집중 출연하는 등 홍보 대행업을 자임해 온 데다 사전에 노출되지 않는다던 장소가 이미 일주일 전에 공개돼 팬클럽 회원들의 조직적인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여기에 가세, 파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20일 논평을 통해 '게릴라 콘서트'의 부도덕성을 지적했다. 또 "멤버 중 한명이 마약 복용을 한 전력이 있는 그룹 코요테를 지난 14일 출연시킨 데 이어 21일엔 개그우먼 이영자를 같은 무대에 세운 것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방송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을 원칙 없이 마구잡이로 출연시켜서는 안될 것"이라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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