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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축구로 자신감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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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17일은 4백g 남짓한 축구공이 지구촌을 들끓게 한 날이었다. 모두 52개국이 26경기를 펼친 이날 전세계 축구팬들은 승패에 따라 웃고 울면서 월드컵 리허설을 만끽했다.

아무래도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미국·폴란드·포르투갈의 경기 결과였다. 폴란드는 홈경기에서 루마니아에 1-2로 패해 시름을 더하게 됐고, 미국은 아일랜드에 1-2로 패했지만 원정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미국은 거칠고 체력이 뛰어난 팀의 대명사격인 아일랜드와의 경기와 또 최근 독일과의 원정경기에서 2-4로 패했지만 자신들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골 결정력과 체력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훈련 프로그램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포르투갈과 브라질의 경기는 우승후보간의 대결, 혹은 미리 보는 월드컵 4강전으로 불릴 만큼 관심이 집중됐던 경기였다. 속담과는 달리 소문난 잔치였는데도 먹을 게 많았다. 피구·파울레타·콘세이상·파울루 벤투·쿠투·조르제 코스타 등으로 구성된 포르투갈은 역시 강했다. 물론 파울레타와 쌍벽을 이루는 스트라이커 누누 고메스가 결장했고 소사·프레샤우트 등 유럽 지역예선 스타들이 빠지긴 했어도 정교함과 화려함이 돋보였다. 브라질과 대등한 기술을 자랑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핀란드에 1-4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포르투갈을 놓고 "피구와 코스타가 빠진 포르투갈은 그저 평범한 팀일 뿐이다.그러나 그들이 뛰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바뀐다"고 진단한 펠레의 말에 새삼 무릎을 치게 된다.

포르투갈이 한국과 한 조에 속해있다 보니 이 경기를 생중계한 필자로서도 포르투갈에 초점을 맞춰 방송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사실 이 경기에서 나타난 브라질 축구의 부활 용틀임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 기세의 중심에 슈퍼스타 호나우두가 있었다. 무릎 부상으로 남미지역 예선 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는 바람에 조국 브라질이 종이호랑이로 놀림을 당하는(당시 브라질은 지역예선 18경기 가운데 무려 여섯번이나 패했다) 광경을 목격했던 호나우두는 부상을 털고 일어나 전성기 못지않은 무서운 파괴력을 보였다. 전반 45분간 활약한 호나우두는 오랜 짝인 히바우두, 그리고 '작은 호나우두'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호나우딩요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브라질이 영원한 월드컵 우승후보임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20일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을 갖는다. 실로 오랜만에 홈에서 갖는 A매치다. 최용수·황선홍·유상철 등 주전멤버들이 대거 빠져 전력의 손실이 크지만 월드컵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자신감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꼭 이겨줬으면 한다.한국 축구의 저력에 미국·폴란드는 물론 포르투갈까지도 겁(?)을 먹을 수 있도록 멋진 경기를 펼치기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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