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씨 제돈들여 책 홍보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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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소설가 복거일씨가 자신의 정치 풍자 장편소설 『목성잠언집』(중앙M&B)을 자기 돈을 들여 홍보하고 나섰다. 18일자 모 신문 5면에 1개면의 3분의 1 크기인 5단 광고를 낸 것이다. 책광고는 대개 출판사가 하며 작가가 직접 신문에 자비 광고를 낸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광고비로 1천여 만원의 경비가 들었으며 아내의 돈으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1만5천부를 팔아야 작가가 받는 인세에 해당한다. 또 "'대세론'의 함정을 일찍이 지적한 작품"이란 광고 제목을 비롯해 여러 인용 문구 선정과 디자인 등도 작가가 직접 했다.

자비 광고를 하게 된 이유를 복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이 책에서 대세론의 함정을 지적했었죠. 그런데 노풍이 불면서 이회창 대세론이 무너지고 이인제씨는 급기야 사퇴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본의 아니게 예언한 셈이 돼버렸어요. 참 절묘하다 느끼던 차에 이를 알리려면 광고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출판사에선 출간된 지 몇 달 돼서 그런지 광고를 안 내준 데다가 상의를 하다 보면 타이밍을 놓칠 것 같아 협의 없이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8일 오전 출판사인 중앙M&B는 광고 게재 경위를 파악하느라 바빴다. 출판사 관계자는 "오전 중 작가와 전화 통화가 되지 않자 '책 홍보가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하는 오해도 생겼다"고 말했다. 물론 작가와 통화가 되면서 이런 오해는 곧 풀렸다.

일차적으로 이 광고는 작가가 책을 많이 팔기 위해 낸 광고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소설의 성격과 출간 동기, 그리고 복씨의 기존 정치적 주장 등이 마치 이 광고를 한 편의 의견 광고처럼 보이게 했다. 게다가 광고에 인용된 문구도 마치 대세론 당사자에게 훈수를 두는 것처럼 보였다.

『목성잠언집』은 『문예중앙』 겨울호에 중편소설로 실렸다 매수를 늘려 단행본으로 나온 책으로 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햇살정책'으로 표현하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언론사 세무조사를 반대해 논란이 예고됐었다. 작가도 발표 당시 인터뷰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썼다"고 밝히기까지 했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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