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차베스-美고위관리 쿠데타前 수차례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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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쫓아내려 한 베네수엘라의 실패한 쿠데타에 미국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미 관리들이 쿠데타 추진세력과 접촉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미 정부는 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쿠데타 지원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라이시 차관보, 카르모나와 전화통화=차베스 대통령이 구금되고 페드로 카르모나 임시대통령이 권좌에 오른 지난 12일 국무부 서반구담당 차관보인 오토 라이시가 카르모나와 전화통화를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의회를 해산하지 말라고 충고했다는 것이다. 행정부 관리들은 이 전화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정치를 지지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미 행정부가 카르모나의 집권을 '무대감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미 관리들과 쿠데타 세력의 접촉=뉴욕 타임스는 베네수엘라의 반(反)차베스 세력 인사들이 워싱턴을 방문,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을 만난 사실도 폭로했다. 미 관리들이 차베스 축출을 고무했는지, 지지를 유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한 고위 관리는 "정권을 전복하려면 국민투표같이 헌법에 규정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접촉에 관여한 국방부 관리는 "미 정부의 메시지가 그렇게 딱 부러진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쿠데타 지원' 부인=백악관은 16일 지난 수개월간 행정부 관리들이 차베스 대통령의 반대그룹과 만난 사실은 인정했으나 쿠데타를 선동하거나 지원했다는 주장은 부인했다.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은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야당 지도자들에게 미국은 쿠데타를 지원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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