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정화구역 있으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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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교 주변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마련된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리방·TV화상방 등 퇴폐업소들이 정화구역 안에 마구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환경운동연합이 지난 10~12일 사흘간 일산신도시 주엽·대화·마두·백석동과 화정지구 화정동 등 모두 5개동에 있는 13개 초·중·고교 주변의 상대정화구역(학교 경계로부터 2백m 이내)을 조사한 결과 러브호텔·단란주점 등 총 91개의 유해업소가 영업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당 평균 일곱 곳의 유해업소가 정화구역에 들어서 있는 셈이다.

<그래픽 참조>

업종별로는 단란주점·룸살롱이 22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러브호텔 14곳▶성인오락실 12곳▶유리방 등 신종퇴폐업소 7곳▶나이트클럽 7곳▶성인용품판매장 3곳▶무도학원·무도장 2곳 등으로 집계됐다.

마두동 N초등학교의 경우 주변에 25곳의 유해업소가 밀집해 있고, 주엽동 M초등학교는 96m 떨어진 곳에 단란주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환경련 이치범(致範·47)공동의장은 "해당 교육청이 '학습과 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경우 예외로 한다'는 학교보건법의 규제 예외조항을 악용해 학교 주변 유해업소 난립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환경련은 이에 따라 ▶교육청은 학교 주변 유해업소 심의를 강화하고▶시는 러브호텔과 유흥업소를 규제하는 조례를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고양시 러브호텔 및 유흥업소 난립저지공동대책위 김인숙(金仁淑·49·여)공동대표는 "유리방·TV화상방 등은 자유업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단속 근거조차 없어 학교 주변과 주택가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데, 이들을 추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대책도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양교육청측은 "2000년 9월부터 학교환경위생 정화심의위원회 위원수를 9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이 중 학부모 및 시민단체대표 8명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킨 뒤 종전 1백%이던 유해업소 심의 통과율이 30~40%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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