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총과 詩로 독립운동에 몸바쳐 '東南亞의 만델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저기 티모르의 산 위/풀은 자라, 쓰러진 전사(戰士)의 부서진 뼈를 따뜻이 감싸고/저 아래 티모르의 광야/꽃은 피어 쓰러진 전사를 빛나게 한다"(사사나 구스마오의 옥중시 '쓰러진 전사')

인도네시아의 식민철권통치에 저항한 투사며 시를 통해 독립의 꿈을 지펴왔던 시인, 사사나 구스마오(55)가 21세기 최초의 독립국가인 동티모르를 이끌 지도자로 확정됐다.

구스마오는 초대 대통령 선거가 89% 개표된 결과, 유효 투표수의 79.4%를 얻었다.

그는 포르투갈 통치 시절인 1946년 6월 20일 동티모르 마나투토에서 9남매 중 2남으로 태어났다. 고등학교를 졸업, 제수이트 교단 소속 가톨릭 신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 포르투갈 군대에서 3년을 복무했다. 당시 그는 시에 흠뻑 빠진 낭만적인 청년이었고 농림부에서 짧은 공무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75년 포르투갈이 물러가고 76년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합병하자 프레틸린(독립동티모르 혁명전선)에 자원입대해 무기를 들고 정글로 들어가면서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78,79년에 프레틸린 지도자들이 인도네시아군에 살해된 뒤 81년 의장, 86년 동티모르 민족해방군 사령관이 돼 투쟁을 지휘했다. 그는 91년 11월 20일의 독립시위를 주도하면서 체포됐다. 체포된 그는 93년 종신형을 받는다.

그때부터 총 대신 펜으로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옥중시를 통해 '동남아시아의 만델라' 혹은 '티모르의 라로세(떠오르는 태양)'로 국제사회에 알려진다.'자유 동티모르를 억압하는 식민지의 고통'을 동티모르의 자연을 소재로 호소한 시가 국제사회를 감동시켰고 동티모르인를 주목하게 됐다. 그는 비밀 지시로 게릴라 활동도 계속했다.

95년 국제사회의 동티모르 독립 지지 여론을 이끌어냈던 카를로스 벨로 주교·주제 라모스 오르타 프레틸린 외무장관이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 구스마오에 대한 석방 요구가 국제적으로 고조됐다.

인도네시아는 99년 그를 가택연금 형태로 석방했으며, 한달 뒤 동티모르에서 철수했다. 독립 뒤 그는 취미인 사진촬영에 몰두했다. 실제로 사진기를 들고 자연을 찾으며 정치에서 손을 뗀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국민의 부름'에 승복,이번에 출마해 당선했다.

강홍준 기자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 동남쪽 티모르 섬에 있으며, 쿠웨이트보다 면적이 작다. 1661년 섬 서쪽은 네덜란드, 동쪽은 포르투갈이 분할해 식민통치를 하면서 동·서티모르로 나뉘었다. 서티모르는 인도네시아의 통치를 받고 있다. 인구는 68만여명이며, 주민의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