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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개성' 좋지만… 시술前 잠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지난해 봄 귀를 뚫은 유모(22·여)씨는 그 자리에 호두 같은 혹이 생겨 1년 넘게 수난이다. 혹의 모양이 흉칙하고 울퉁불퉁하다.

그는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켈로이드(keloid)체질이어서 피어싱(piercing:장신구를 달기 위해 귀·코·배꼽 등을 뚫는 것)을 해서는 안되는 경우였다. 유씨는 혹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켈로이드 때문에 말끔히 낫지 않았다.

또 혀를 뚫은 20대 초반 피어싱족(族) K씨는 지난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넘어지면서 혀의 장신구가 부러져 혀가 찢어지고 앞니가 네개나 부러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TV극 '배이 워치(Bay watch)'로 유명한 미국의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은 지난달 말 자신이 '침묵의 살인자'인 C형 간염에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문신이 문제였다. 전 남편인 록스타 토미 리와 같은 바늘로 시술을 받은 것.

주부 이모(35)씨는 지난달 사람을 소개받아 집에서 미용용 눈썹 문신을 했다. 얼마 후 그 부위가 빨갛게 붓고 아픈 부작용이 생겼다.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은 이씨는 접촉성 피부염 진단을 받았고 문신을 지우기 위해 세번의 레이저 시술(비용 1백만원)을 받아야 했다. 문신은 먹물·잉크 등을 피부에 넣는 행위다.

노출의 계절인 봄.자신만의 개성 연출을 위해 피어싱·문신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건강 피해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

◇멸균 부실하면 위험=피어싱과 문신은 피부에 구멍을 내게 되므로 상처와 피가 나게 마련.이를 통해 간염·패혈증·피부 결핵·에이즈·매독·말라리아 등에 걸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더욱이 시술자의 위생관념이 부족하고 충분히 소독되지 않은 도구를 사용하면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이같이 혈액을 통한 감염 위험 때문에 미국 적십자사는 문신 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의 혈액은 받지 않는다는 지침까지 정해놓았다.

문신 보유자의 C형 간염 유병률(有病)은 일반인의 9배에 달한다('메디신'지 2001년 3월). 시술과정에서 바늘·염료 등을 재사용하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아주대 피부과 강원형 교수는 "고압멸균기 등을 이용해 기구를 소독해야 완전 멸균할 수 있지만 이를 갖춘 업소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켈로이드·알레르기 체질은 시술 부적합=피어싱 후 대표적인 피부질환은 켈로이드. 피어싱 후 관리를 잘못하거나 체질적인 이유로 상처부위가 혹처럼 튀어나오는 것이다. 작은 것은 콩알만하고 큰 것은 어린아이 주먹만하다.

금속에 대한 알레르기로 접촉성 피부염이 생길 수 있고 소독약, 상처에 바르는 연고, 문신에 사용되는 탄소·황토 등 색소성분에 의해서도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유발된다(신촌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정기양 교수).

서울중앙병원 성형외과 홍준표 교수는 "켈로이드성 체질인지 알려면 어깨의 수두 자리에 큰 혹이 있는가를 살피면 된다. 혹이 있으면 켈로이드 체질이기 쉽다"고 말한다.

◇치아에 나쁜 혀 피어싱=장신구를 입안에 넣고 지내면 구강위생이 나빠지고 음식물을 씹거나 발음하는데 장애가 올 수 있다(단국대 치과병원 이재훈 교수).

52명의 혀 피어싱족을 조사한 최근 연구('페리오돈톨로지'지 올 3월)에서는 4년 이상 장신구를 달고 있으면 절반 가까이가 치주염이 심해지고 치아가 조금씩 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신 제거법=레이저가 흔히 쓰인다. 피부 절개가 불필요하고 흉터·감염등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오갑성교수). 그러나 말끔하게 문신을 제거하지는 못하며 비용도 만만찮다. 바늘로 피부를 찌른후 연탄가루를 묻혀 새기는 '연탄 문신'은 제거가 불가능하다.

홍준표 교수는 "최근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눈썹 문신은 잘 지워지지도 않고 나이 먹으면 문신이 처져 흉해진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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