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천안전투 전사 마틴대령 딸이 보낸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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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잊지 않고 추모행사 갖는 천안시민에 감사”

1950년 7월 8일 천안전투에서 전사한 마틴 대령 사진을 그의 딸 제인 마틴이 전했다. 오른쪽 사진은 마틴공원 기념비 뒷면의 천안전투 미군 전사자 명단. 가운데에 마틴 대령 이름이 보인다. [조영회 기자]

미군 24사단 34연대장 마틴 대령. 그는 6·25 전쟁 발발 2주일만에 천안전투에서 전사했다. 미군 첫 고위 장교 전사자였다. 그의 딸이 최근 한국의 마틴대령 추모사업에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김리진 워커대장추모사업회장에 보낸 것으로 ‘천안7·8전투 기념사업회’에 전달됐다. 기념사업회 김성열 회장은 18일 6·25를 앞두고 그에게 위로와 감사의 답장을 보냈다.

천안은 6·25 전쟁시 치열한 전투를 겪었다. 1950년 7월 7일 밤부터 이튿날에 걸쳐 북한군과 미군 사이 시가전이 벌어져 미군 129명이 장렬히 전사했다. 마틴 대령도 8일 오전 8시경 직접 북한군 탱크에 맞서 싸우다 산화했다.

딸 제인 마틴씨는 아버지 추모사업 활동에 감사를 표하면서 자료 수집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김 회장은 “딸은 미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시에 살고 있으며 올해 83세”라며 “아버지 추모 사업이 한국에서 오랫동안 지속돼 온 데 대해 크게 감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방성 자료에 따르면 마틴 대령은 1902년생으로 고향은 켄터키주 제퍼슨시다. 마틴씨는 편지에서 “우리는 아버지가 영웅인 걸 믿고 있다”며 한국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가진 데 대해 감사했다. 그는 나이가 많아 현지 방문은 힘들지만 기념비 등 추모 사업 활동은 사진으로라도 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 회장은 답장에서 마틴 대령의 영웅적 행동에 대해 감사함과 가족들에게 추모의 뜻을 담았다. 향후 마틴 대령 가족을 천안에 초청할 뜻도 밝혔다. 재단장한 천안삼거리 인근 마틴공원 전경 사진과 마틴 대령 전사 추정 장소(구성동)의 흙을 한 줌 동봉했다.

천안시는 2006년 구성동 충절오거리에서 도리티고개(선문대 천안캠퍼스) 약 2㎞구간을 ‘마틴의 거리’로 정하고 표시판을 설치했다. 인근 삼용사거리는 ‘마틴사거리’로 함께 부르고 있다. 기념사업회는 25일부터 마틴의 거리에 성조기·태극기 100개를 게양한다. 기념엽서도 제작,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글=조한필 기자
사진=조영회

고 마틴 대령의 딸(83세)이 보낸 편지

1950년 한국전쟁때 아버지 행적을 기념하는 계획에 감사드립니다. 나는 미군 당국으로부터 편지를 전달 받았는데 몇가지 자료도 함께 받았습니다. 그것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에 답변이 될 듯 합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진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버님 기념 사업 계획을 매우 반갑게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버지가 영웅이었다고 믿습니다. 한국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데 감격했습니다. 추모행사가 매우 보고 싶군요. 그러나 나는 멀리 여행하는 게 힘듭니다. 올해 8월이면 83세가 됩니다. 다른 가족들도 이 추모행사를 보고 싶어 합니다. 기념사업을 사진으로라도 보고 싶습니다.

제인 마틴 아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시

추신 / 내 가족과 나는 힘 닿는한 당신을 도우려 합니다. 우리는 아버님 자료를 구하고 있는데 어떤 걸 보낼지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미군 당국은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 로버트 라인홀드 마틴 대령 기념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 가족들 주소를 같이 보냅니다.



김성열 기념사업회장이 보낸 답장(요약)

존경하는 마틴 대령 가족들과 연락할 수 있게 돼 반갑습니다. 사랑하는 아버님께서 6·25 한국전쟁 천안 7·8전투에서 용감하게 전사하셨다는 소식을 늦게 전해 들으시고 얼마나 놀라셨으며 마음이 아프셨겠습니까. 연대장 마틴 대령의 영웅적인 전사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 주었으며, 오늘날 천안의 놀라운 번영과 발전이 가능하도록 하셨습니다.

56만 천안시민들은 한마음으로 마틴 대령 가족들께 위로와 감사를 표합니다. 천안7·8전투 기념사업회에서는 오래전부터 추모사업을 펴 왔습니다. 자유와 평화를 지켜주신 연대장 마틴 대령과 129명 전몰 미군 용사들의 희생정신을 고마운 마음으로 잊지 않고 선양하고 있습니다. 마틴 대령께서 산화하며 지켜주신 천안시는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도시에서 대한민국 제일의 도시로 발전했습니다.

60년 동안 연락드리지 못한 허물을 용서하십시요. 향후 마틴 대령 가족들을 초청할 준비가 되면 초청장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우리의 영웅 마틴 대령은 천안시민들 마음 속에 항상 살아계십니다. 

2010. 6. 18 천안7·8전투기념사업회장 김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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