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 예수 탄생 교회 수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독교 성지인 이스라엘 베들레헴의 예수탄생 교회가 수난을 겪고 있다. 10일로 9일째에 접어든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의 대치 속에서 무기가 성소(聖所)로 반입되고 총격이 난무할 뿐 아니라, 수류탄도 투척되면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성소가 전장(戰場)으로 바뀐 것은 교회 안에 2백여명의 팔레스타인 전사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 이들은 지난 2일 이스라엘의 탱크 공격을 피하려다 이곳으로 들어왔다. 이스라엘군이 교회 전체를 탱크와 병력으로 둘러싸고 "투항하라"고 요구하자 교전이 벌어졌다.

1천6백년 된 교회 건물도 손상을 입기 시작했다. 4천평 규모의 교회 건물 중 아르메니아 정교회가 관할하는 수도원에선 비잔틴 시대의 모자이크 유리 장식이 총격전의 와중에 산산조각났다. 8일엔 폭음과 함께 교회 정문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근 성 캐서린 성당 홀까지 번지기도 했다. 현재까지 팔레스타인 전사 두명이 이스라엘 저격수의 총탄에 희생됐고 이 교회의 30년 종지기, 팔레스타인 경찰관 한 명이 숨졌다. 성스러워야 할 교회 주위가 살상·파괴의 지옥으로 변하자 로마 교황청 등 기독교계가 들고 일어났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폭력이)인내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