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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획취재>1.영산대 : 한국형 로스쿨… 재판기록으로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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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학교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초·중등교육이 입시지향적이고 획일적이라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대학의 교과과정과 내용이 비실용적이라는 산업계의 불안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안 제시 없이 교육 전반에 대한 불만과 비판만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직한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현장이 적지 않아 희망을 준다. 새로운 교육의 틀을 만들려는 시도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변화와 개혁의 교육현장을 10회에 걸쳐 소개하면서 우리 교육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경남 양산시 웅상읍 천성산(千聖山) 기슭에 위치한 영산대.

1997년에 설립된 신생 대학답게 '박제(剝製)된 학문'이 아니라 실용 중심의 살아있는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방식이 눈길을 끈다.

대학측은 12개 학부 34개 전공 가운데서도 법률행정학부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한국형 로 스쿨(law school)제도를 만들어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구욱(夫龜旭)총장은 "학부에선 법조인으로서의 소양을 쌓게 한 뒤 대학원에서 본격적인 법률공부를 시키는 것이 이 제도의 골격"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대학원 4개 전공 가운데 일반법무·국제법무 전공 과정은 서울 삼성동 '서울 강의지원본부'에서 운영하는 등 수요자(학생)를 찾아나서는 교육도 시도한다.

지난 3일 오전 부산고법 판사 출신인 김동호 교수의 '법률서식 작성' 수업시간. 학생들은 金교수가 제시한 견본을 참고로 소장을 작성하고 있었다. 이웃간의 분쟁에 대해 조언을 하거나 간단한 소송은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실용학습'의 현장이다.6개월 전까지 수원지법 판사였던 김창희 교수는 자신이 법관 시절 맡았던 재판의 기록을 교재로 해 '민사소송법'을 강의한다.

중앙도서관 고시반에서 만난 법률행정학부 4학년 전영진(25)씨는 "실무경험이 있는 교수님께 판례 위주로 수업을 받으니까 법리가 쉽게 이해되고 폭넓은 법률지식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학 학생들은 교양과목으로 『논어』를 배운다. 법률행정학부 학생들은 여기에 추가되는 과목이 있다.『맹자』『대학』『중용』『성학집요』『목민심서』 등 동양고전과 플라톤의 『국가』 등 서양고전으로 구성된 '인문학 기초'를 이수해야 한다.

법률행정학부 신입생 백민흠(19)군은 "훌륭한 덕성과 건전한 가치관을 지닌 법조인이 되는 데 이같은 교양과정이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법무대학원 학생 6명이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기획처 정성환 팀장은 "올해 정보통신 분야와 호텔관광학부를 특성화 분야로 추가 지정했다"며 "12개 학부(34개 전공) 모두를 실용 중심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게 학교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산=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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