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팔자'홍수 등 단기급등 경계심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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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요즘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는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윤중로 건너편 여의도 증권사에도 활기가 넘친다.

종합지수가 드디어 900대 안착에 성공했다. 투자자들로선 화사한 벚꽃을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법하다.

증시의 대세상승 흐름에 대한 믿음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큰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단기적으로 눈 여겨 봐야할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상승대열에서 탈락하는 종목들이 늘고 있다. 지난주 코스닥 종목들은 대거 조정에 들어가 코스닥지수가 5%나 급락했다.거래소 종목들도 지수에 큰 영향을 주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블루칩을 제외하면 떨어진 종목이 꽤 많았다.

둘째, 주가 변동폭이 커졌다.지난주 초 한때 종합지수가 20포인트나 떨어지는 등 10포인트 이상 지수가 출렁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는 단기간에 주가가 너무 빨리 올라온 데 따른 '고소공포증' 비슷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셋째, 수급상황도 다소 불안한 모습이다. 외국인들이 팔 만큼 판 것 아니냐는 진단이 한동안 나왔지만 주가가 올라갈수록 외국인 매물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12조원에서 정체상태인 가운데 투신사 주식형 펀드 판매 속도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주에는 옵션만기일(11일)이 들어 있다. 신고된 옵션관련 청산매물은 약 2천2백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프로그램 차익 매수잔고 1조1천억원 중 적잖은 부분이 매물로 가세할 수 있다. 그 만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대세 흐름을 믿더라도 일단 한 발짝 늦게 가는 매매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인 것 같다.

매수는 1분기 실적호전이 뚜렷한 핵심 블루칩과 업종 대표주,신한지주회사의 굿모닝증권 인수를 계기로 투자매력이 부각된 우량 금융주 등으로 한정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절정의 벚꽃도 하룻밤 봄비에 흔적없이 지곤 한다. 주식투자도 낙관론이 팽배할수록 조급함을 버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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