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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웰빙] 아빠들의 요리예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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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지난 8일 오후 8시30분 대전의 한 아파트.

옆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마디 굵은 손으로

감자를 가늘게 채 썰기도 하고,

피망과 파프리카를 알록달록 볶아내기도 한다.

칼질하는 품이나 프라이팬을 쥔 모양이

어설프긴 해도 제법 숙달된 솜씨다.

대전=유지상.신은진 기자<yjsa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이들은 40~50대 중반으로 대부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전문직 종사자다. 이 연배라면 연말 모임이다 해서 술잔을 부딪치고 있을 법한데, 짬을 내 요리를 배우고 있는 것. 그렇다고 '사오정'을 걱정해 퇴직 후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아내의 요리 솜씨에 실망해서는 더 더욱 아니다.

"단순한 친목 모임일 뿐입니다. 단지 골프채를 들고 연습장 티박스에 서는 대신 프라이팬을 쥐고 주방에 섰을 뿐이지요." 이 모임을 이끌고 있는 태상호(상아치과의원 원장) 회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여름 "먹는 기쁨보다 만드는 기쁨이 더 크다"고 꼬드기는 아내에게 넘어간 태 회장이 주변 사람을 하나둘 끌어 모았다. "나랑 같이 요리를 배우자"란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지만 의외로 따라나서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참석 희망자는 많았지만 요리 수업의 공간 등을 감안해 회원 수를 10명으로 한정했다.

근엄한 자세로 열심히 감자를 썰고 있는 민화식(사기업 임원)씨에게 "요리를 왜 배우느냐"고 물었더니 대뜸 "그동안 나를 위해 밥을 지어준 아내에게 10년 뒤부터는 내가 밥을 지어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운 요리를 가끔 집에서 복습한다는 심진섭(소아과의사)씨는 "맛이나 모양새가 어설퍼도 아내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며 "요리하는 아빠로 변신한 뒤 가족 사랑이 두 배로 늘었다"고 자랑했다.

이 모임에서 요리를 가르치는 사람은 음식연구가 선명숙씨. 선씨가 준비해 온 요리법 쪽지를 나눠주고 시범 강의를 끝내면 각자 요리를 만들어 식탁을 차린다. 이날은 '아빠가 차리는 크리스마스 음식'이란 주제로 새우 요리와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꼬치 두 가지를 만들었다.

이들은 요리에 그치지 않고 매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인맥도 넓히고 새로운 정보도 교환한다. 크리스마스 음식을 배우는 날의 손님은 잠자리 그림으로 소문난 장영일 화백.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며 '한국 서양화의 역사'와 '올바른 그림 사는 방법'에 대해 경청하는 동안 주방에 걸린 벽시계는 10시를 훌쩍 넘고 있었다.

*** 새둥주리에 담은 새우요리

▶기본 재료=감자 2개, 식용유 적당량, 새우(중하) 9마리(소금.후춧가루 약간씩, 계란흰자 ½큰술, 녹말 2큰술), 피망 ½개, 양파 ½개, 당근 ½개, 표고버섯 3개, 양송이 3개,

▶소스 재료=청주 2큰술, 물 5큰술, 녹말 1큰술, 설탕 1작은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새둥주리 만들기=감자를 곱게 채 쳐서 물에 담가 물기를 빼고 전분을 살짝 뿌려 180도의 식용유에 튀긴다. 튀길 때는 철망으로 만든 두 개의 작은 망 사이에 감자를 넣어 새 둥주리 모양으로 만든다.

▶새우 요리 만들기=야채류는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해 식용유에 살짝 튀긴다. 새우는 껍질을 벗기고 반으로 잘라 양념한 뒤 튀김옷을 입혀 튀긴다. 소스 재료를 팬에 걸쭉하게 끓인 뒤 미리 준비한 새우튀김과 야채를 넣고 버무린다. 앞서 만든 새둥주리에 새우요리를 예쁘게 담아낸다.

*** 알록달록 크리스마스 꼬치

▶기본 재료=닭가슴살 200g, 대하 6마리, 홍피망 1개, 청피망 1개, 파프리카 1개, 브로콜리 적당량, 파인애플 2쪽, 녹말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소스 재료=토마토케첩 2큰술, 두반장 1작은술, 식용유 2큰술, 우스터소스 2큰술, 설탕 2작은술, 물 ½컵, 땅콩버터 1큰술, 다진 파 4큰술

▶소스 만들기=토마토케첩과 두반장을 식용유에 2분정도 볶다가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어 약한 불에서 끓이면서 적당히 조린다.

▶꼬치 만드는 법=①닭고기는 사방 2cm 크기로 썰어서 간장(1큰술)과 후춧가루(약간)로 밑간을 한 후 간장을 따라내고 녹말을 묻혀 튀긴다. ②대하는 껍질을 벗겨 손질해 3등분하고 소금.후춧가루를 뿌리고 튀긴다. ③브로콜리는 물에 소금을 넣어 데친 후 찬물에 헹궈 놓는다. ④피망.파프리카.파인애플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기름에 살짝 튀긴다. ⑤준비한 재료를 골고루 꼬치에 꽂아 소스와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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