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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잘 나간다고 자만하지 말라" : 이건희 회장 주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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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건희(李健熙·사진)삼성 회장이 계열사 사장들에게 경영 호조에 자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삼성에 따르면 李회장은 지난달 27일 정례 사장단 회의에서 "경영이 잘 될수록 자만에 빠지거나 긴장을 늦춰선 안된다"는 취지의 주문을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을 통해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22개 관계사 대표 등 삼성 최고경영진 50여명이 참석했다.

삼성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재계에서 삼성이 독주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데다 올들어 전자 관련 주력사들의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지면서 일부 들뜬 분위기가 섣부르게 번지는 것을 다잡으려는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력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올들어 반도체값이 오르고 휴대폰 수출이 순항하는 데 힘입어 올해 순익이 역대 사상 최고였던 2000년(6조원)수준을 웃돌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李회장은 지난해 9·11 미국 테러사건 직후에도 "경영자는 잘 나갈 때일수록 위기에 대처할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면서 계열사 사장들에게 '실패 경영학'(국내외 기업들의 실패 사례)을 공부하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李회장의 뜻이 전달된 뒤 삼성의 최고경영진들은 되도록 대외활동을 삼가고 '회사가 잘 나간다'는 느낌을 주는 말을 자제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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