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 터질라" 개입으로 선회 : 부시, 왜 입장 바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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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끼어들기를 꺼리던 미국이 4일 적극 개입으로 급선회한 배경은 방관할 수 없을 만큼 악화된 중동 상황 때문이다.

◇'중동 화약고 폭발'우려=부시 대통령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라는 거물급을 긴급 파견키로 한 것은 현 수준에서 분쟁을 저지하지 않으면 중동 전체로 갈등의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레바논·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 아랍 온건파 국가인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에 대한 반발 등을 방치하면 중동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으며, 이는 향후 테러전 확전에도 큰 장애물이 된다는 고려를 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중동정책 수립에 관여하는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이·팔 갈등은 대통령에게 중동 평화의 기반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달라진 미국 분위기=뉴욕 타임스는 5일 "최근 백악관 회의에서 딕 체니 부통령은 계속 팔레스타인 응징을 주장했지만 중재의 필요성을 주장한 파월 국무장관이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의 지지에 힘입어 부시를 설득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테러라는 잣대만으로 팔레스타인을 비난해온 강경파 목소리를 온건파가 눌렀다는 것이다.

또 미 정치평론가 팀 루서트는 "이스라엘군이 베들레헴의 '예수탄생교회'를 탱크로 포위해 공격하는 TV 장면이 미국인들의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중동사태가 격화하면서 연초보다 25%나 오른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배경으로 꼽았다.

◇이스라엘의 선택=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공격중단 및 평화협상 요구에 일단 반발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샤론 총리는 앞으로 수주 더 공격이 필요하다는 군과 강경 정치인의 반발을 반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결국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며, 특히 다음주 시작되는 파월 장관의 중동 방문은 그 시한을 훨씬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워싱턴=이효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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