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야근 공무원들 "배고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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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야근할 때 출출한 속은 어떻게 달래라고."

요즘 정부 과천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의 한탄이다. 과천청사 관리소는 월드컵을 앞두고 테러 등에 대비해 이달들어 일반인의 사무실 출입을 통제했다. 이후 갖가지 진풍경이 생겨났다.

주변 식당들은 울상이다. 음식 배달이 막혔기 때문이다. 우유·야쿠르트 등은 사무실 배달을 못한다. 보험·카드사 직원 등의 출입은 아예 금지했다. 각종 택배나 신문은 건물 현관까지만 갖다놓을 수 있다.

한 공무원은 "끼니를 해결하러 밖으로 나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야근할 때는 도시락이라도 준비해야 할 형편"이라고 얘기했다. 부근 도시락집 주인은 "하루 30만원선이던 매출이 이달 들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중국집과 야식 전문점 등도 저녁 시간 공무원들의 주문이 끊겨 매출이 20% 이상 감소했다. 반면 구내식당은 이용자가 늘어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과천청사 근무자는 3만명이 넘는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식당 배달원들은 자주 바뀌는 데다 사무실까지 출입하기 때문에 보안상 통제가 불가피하다"며 "일과 시간 중에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우유·야쿠르트 배달원에게는 신원조회를 거쳐 출입증을 발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의 한 사무관은 "출입 절차가 과천청사에 못지않게 까다로운 뉴욕증권거래소도 햄버거 배달 직원에게는 정식 출입증을 발급한다"며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야식 먹는 재미는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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