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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학의 혼은 인내와 실패를 먹고 큰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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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02면

“하야부사 군(君)은 우리에게 캡슐을 맡기고 아름다운 유성이 되었다.”
우주탐사선 하야부사(<96BC>:송골매)의 성공 주역인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2003년 5월 발사된 하야부사는 지구와 화성 사이의 궤도를 도는 소행성 ‘이토카와’의 암석을 채취(2005년 11월)한 뒤 당초 예정보다 3년을 넘겨 귀환했다. 13일 밤 지구 행성을 찍는 마지막 임무를 완수한 뒤 본체는 지구 상공에서 산화하고 캡슐을 호주 남부 사막에 떨어뜨렸다. 엔진 고장, 통신 두절, 궤도 이탈의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7년간 60억km(지구∼태양 거리의 40배)를 항해한 뒤였다. 그 덕에 일본은 달이 아닌 다른 행성을 왕복한 우주선을 처음 성공시킨 나라가 됐다. 하루 뒤 일본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카메룬을 1대0으로 이겼다. 하늘에선 하야부사, 땅에선 축구공이 일본 사회의 ‘불황 우울증’을 잠시나마 날려줬을 것이다.

하지만 하야부사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실패와 인내를 먹고 자라났다. 일본인들은 우주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로켓을 개발하면서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거듭된 실패 끝에 70년대엔 미국 기술을 응용한 N-1로켓을 발사했다. 그러다 액체수소 엔진을 쓰는 H-2 로켓을 독자 개발했다. 개량형인 H2A로켓조차 2003년 좌절의 쓴맛을 보았다. 하야부사는 이렇게 오뚝이처럼 도전한 결과였다. 일본은 지금 우주관광, 달 기지 건설의 꿈을 다지고 있다.

우주강국은 어느 날 뚝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이후 우주공간은 실패로부터 성공을 배우는 도전의 현장이 됐다. 가까이는 86년 챌린저호 폭발, 2003년 컬럼비아호 폭발 등이 그랬다.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린 중국 역시 무서운 속도로 ‘우주 영토’를 넓히고 있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2호가 10일 오후 발사 137초 만에 고도 70km 상공에서 폭발했다. 두 차례의 실패로 날린 돈은 5000억원을 넘는다. 국민적 실망과 좌절감도 무시할 수 없다. 그 바람에 ‘우주산업에 매달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우주개발 경쟁은 15~17세기 ‘대항해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둘의 공통분모는 신대륙과 신자원을 향한 욕망이다. 더욱이 우주산업의 시장규모는 연 20%씩 늘어나 올해 5000억 달러(약 600조원)로 추정되고 있다. 정수기·식품은 물론 위성항법(GPS)을 활용한 내비게이션과 DMB에 이르기까지 관련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우수 인재들이 첨단 과학기술에 도전하고 국가 비전을 한 차원 더 높일 기회를 줄 블루오션이다. 재능이 10배의 힘을 낸다면 꿈은 100배의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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