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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서만 보여주는 진짜'묵사발'맛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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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대전은 우리나라의 교통 요충지다. 동남쪽으로 경부선이 뻗어 있고, 서남쪽으로 호남선이 달린다. 북쪽으론 수도 서울로 이어진다.

축구로 설명한다면 최전방 공격수와 후방의 수비수를 이어주는 링커나 다름없다. 훌륭한 링커는 경기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고 공격수와 수비수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다. 그렇지만 골게터의 그늘에 가려 자신은 드러나지 않는다.

대전이 바로 그렇다. 사통팔달의 지역적 특성 때문에 변변한 향토음식이 없다.

대신 역을 중심으로 한 스피드 요리나 뜨내기 음식이 발전했다. 그렇다고 워낙 흔한 것이라 향토 전통음식이라고 내세우기도 부끄러운 것이 많다.

대전보건대학 전통조리과 김상보 교수는 "수도 서울 다음으로 한반도의 모든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대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전 때 월남한 피란민까지 가세해 북쪽 음식의 특성도 가미됐다.

몇년 전부터 대전의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6미3주(味三酒)'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한자의 뜻대로 여섯가지 맛과 세가지 술인데 대전시와 시민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무특성 대전 음식'의 오명을 벗기 위해 이 지역 대표음식으로 키우고 있는 것들이다.

대전시청 보건위생과 이계성 사무관은 "대전 시민과 대전을 찾는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으로 대전에서 전래됐거나 다른 곳보다 음식 맛이 독특하고 뛰어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6미는 도토리묵·설렁탕·삼계탕·돌솥밥·숯골냉면·민물매운탕이며, 3주는 농주·국화주·참오미자주다.

▶도토리묵='묵채''묵사발''묵국수'로 불리는 도토리묵 요리. 구즉동의 한 음식점에서 시작해 마을 전체가 묵마을로 변해 대전의 대표적인 먹거리가 됐다.

▶설렁탕=대전역 주변에서 설렁탕을 전문으로 취급해온 음식점이 명성을 얻으면서 대전 시민에게 친숙한 음식이 됐다. 사골을 이틀 동안 고아 낸 육수의 깊고 고소한 맛이 특색이다.

▶삼계탕=대전 인근 금산의 인삼과 논산시 연산면의 닭을 이용해 일찍부터 다른 지역 삼계탕과 차별되는 보양식으로 발전했다. 동의보감을 토대로 인삼·대추·녹각을 다린 물에 닭고기를 삶아내는 곳도 있다.

▶돌솥밥=쌀·조·콩·수수 등 잡곡과 은행·당근·밤 등을 넣고 1인용 돌솥에 지은 밥. 충청지역의 야채로 만든 나물 반찬이 20여종이나 함께 나온다.

▶숯골냉면=50여년 동안 가업을 잇고 있는 평양냉면. 부드러운 메밀 면에 닭 곤 물을 섞은 육수 맛으로 대전 시민의 입을 사로 잡았다.

▶민물매운탕=금강 쏘가리는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하던 특산품. 금강 중류인 신탄진 지역은 예부터 민물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대청댐 주변에 20여개의 업소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농주=구즉마을 농가에서 빚어 마시던 가양주(家釀酒)로 누룩 냄새가 적고 뒤끝이 깨끗한 것이 특징.

▶국화주=은진 송씨가에서 제사용으로 쓰던 것을 재현해 명맥을 잇고 있다. 알콜 함량 17%의 고급술로 국화향이 그윽하다.

▶참오미자주=대청댐이 있는 주산동의 오미자로 만든 보양주. 붉은 색깔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고.

대전=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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