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혹행위 진정 피의자 “면회도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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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던 피의자 임모(33)씨가 가족과의 면회도 차단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씨의 변호인인 김정범 변호사는 18일 “임씨가 서울 양천경찰서 강력팀에 체포된 뒤 조사받던 도중 가족들이 면회를 하려 했으나 경찰이 ‘검찰에서 못 만나게 한다’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체포된 지 6일 후 내가 임씨를 면담했는데, 그의 안구 실핏줄이 터져 있었고 얼굴은 부어 있었다. 경찰에 가족 면회를 강력히 요구해 그 다음 날인 4월 1일에야 면회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고문 사실을 숨기기 위해 가족 면회를 막았다는 주장이다.

임씨는 마약 투약과 특수절도 혐의로 지난 3월 26일 경찰에 체포됐다. 임씨는 김 변호사에게 “마약 투약 혐의를 인정한 뒤 ‘절도를 한 적은 없다’고 하자 경찰이 ‘절도 혐의를 인정하라’며 폭행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해 온 서울남부지검 측은 가족 면회를 금지했는지에 대해 “면회 금지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16일 임씨와 다른 피의자 두 명이 “경찰에서 고문을 당했다”며 낸 진정에 대해 “사실로 인정된다”며 경찰청장에게 직무 감찰을 권고했다. 인권위 조사에서 양천서 강력팀 사무실의 폐쇄회로TV(CCTV) 카메라가 천장 쪽으로 돌려진 사실도 드러나 경찰의 고문 은폐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또 양천서는 인권위와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사실을 한 달 이상 상급기관인 서울지방경찰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남부지검은 양천서 강력팀 소속 경찰관 5명을 독직폭행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이다. 검찰은 “경찰관들이 조직적으로 피의자를 고문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면 중대한 범죄 행위”라며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천서 측은 지난 16일 “가혹 행위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경찰관들도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상부에 보고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인권위는 다음 주 초 고문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와 인권위 결정문을 대검찰청에 보내고 공식 수사 의뢰를 할 계획이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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