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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된 노후 기종 전투기 10년 새 11대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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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F-5 전투기가 지난 3월 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 만인 18일 또 한 대가 임무 수행 중 추락한 것은 노후 기종인 데다 강릉기지의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F-5 전투기는 올해만 3대가, 2000년 이후 모두 8건의 사고에 11대나 추락한 ‘사고 단골 기종’이다.

공군에 따르면 이날 추락한 F-5F 전투기는 오전 9시43분 강릉기지를 이륙했다. 사고기는 태백 필승사격장에서 공대지사격훈련 임무를 마친 뒤 착륙을 위해 기지로 접근하다 1.8㎞가량 떨어진 동해상에 추락했다.

해군과 해경에 의해 발견된 정성웅(사관 후보 118기) 중위의 시신은 낙하산 줄에 얽힌 채 물에 떠 있었고, 박정우(공사 39기) 중령은 헬멧을 쓴 채 낙하산을 메고 있었다. 공군은 이들이 추락 중 탈출을 시도했으나 고도가 150m(500피트) 정도로 낮아 실패한 것으로 추정했다. 탈출 안전고도는 609m(2000피트)다. 조종사들이 탈출을 시도한 게 확인됨에 따라 사고 원인이 비행착각(버티고)보다는 조류와 충돌 또는 기체 결함 쪽으로 공군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 당시 해상에 안개가 있었지만 시계가 2㎞로 비행에 제한받을 수준은 아니었다.

이번 사고 원인은 조종사와 기지 사이의 교신 내용을 확인하고 잔해와 블랙박스 등을 수거해야 최종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F-5 기종은 30년 정도로 노후돼 비행 안정성이 떨어져 사고가 잦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투기의 계기나 비행의 수월성이 F-16이나 F-15K에 비해 현저히 열악하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일 강원도 평창에서 이 비행단의 같은 기종 전투기 2대가 비행착각으로 추락한 바 있다.

또한 F-5 기종이 오래되다 보니 부품을 돌려 막기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재 공군에서 170여 대가 가동되고 있는 이 기종은 부품을 구할 수 없어 급하면 다른 전투기에서 부품을 뽑아 사용한다.

이와 함께 18전투비행단이 있는 강릉기지는 동해안 해안가에 있고 옆에는 태백산맥이 있어 비행에 제한을 받는 경우도 잦다. 조류와 충돌 가능성, 안개, 눈비, 강풍 등이 수시로 발생해 비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F-5F=1983년 국내에서 조립·생산된 쌍발 전투기로 미국 노스롭이 개발했다. 길이 14.4m, 높이 4m, 폭 8.13m에 항속거리 2863㎞, 전투반경 704㎞다. 공대공미사일 AIM-9 사이드 와인더 등을 무장했다. 생산단가가 670만 달러(약 82억원)인 사고기의 비행기록은 9000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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