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주민참여 : 단체장의 직권 남용 주민소환제로 예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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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방자치는 주민들이 지역의 주인이 되는 제도이나 진정한 자치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에도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지역의 살림살이에 직접 참여하고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 우리의 지방자치제는 대의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주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감시·비판·협조가 뒤따라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주민 우선의 행정'을 펼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민소환제 도입 서둘러야=지방의회나 지방의원, 단체장과 공무원을 임기만료 전에 주민들이 나서서 해산하거나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불신임 장치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단체장 등의 직권남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심리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치단체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래픽 참조>

우리 지방자치제는 주민소환제가 없다보니 주민들은 불법집회와 지방세 납부 거부 등 편법적인 자구 수단을 찾게 되고 중앙정부는 지자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따라서 주민소환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공직자 소환이 자주 이뤄질 경우 행정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려우므로 주민소환 적용기간을 임용 후 1년으로 하고 대상도 선거직 공무원에 한해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천대 임승빈(행정학과)교수는 "주민소환제는 정적을 제거하려는 개인적인 목적에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은 위험성을 배제하고 주민 감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민소환의 발의는 지방의회와 주민 모두 가능토록 하되 주민이 발의하는 경우 유권자 10% 안팎의 서명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명자가 지나치게 적을 경우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자치단체의 규모가 큰 경우에는 서명 비율을 낮춰야 하고 규모가 작을 때는 반대로 해야한다.

◇조례 제정·개폐 청구요건 완화=조례 제정 및 개폐 청구제는 주민들이 일정수 이상 서명을 받아 조례의 제정이나 개정·폐지를 지방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는 제도로 2000년 3월 지방자치법에 도입됐다.

이후 경기도 광명시에서 주목할만한 사례가 나왔다. 지난해 5월 러브호텔과 같은 향락시설이 주거지역으로부터 30m만 떨어지면 신·증축할 수 있다는 도시계획 조례가 공포되자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광명 경실련은 7천5백여명의 서명을 받아 조례 개정 청원을 제출, 시의 전횡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이 규정한 서명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광명시 경실련 양정현 사무국장은 "조례 제정 및 개폐 청구권은 주민이 자치단체에 안건을 올리는 권리에 불과하므로 서명자 수를 대폭 축소해도 무방하다"며 완화를 주장했다.

인구 34만의 도시인 광명의 경우 5천9백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했을 뿐 아니라 18개 동에서 각기 일정수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했다. 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고 서명 후 도장이나 인장을 받도록 해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주민들이 참여를 꺼리기도 했다.

◇주민자치센터 활성화=행정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1997년부터 읍·면·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대체해온 사업도 겉돌고 있다.

주민자치센터의 운영주체는 자치위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센터 운영에 소극적이고 사실상 동장의 자문기구 역할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문화·여가 프로그램만 집중적으로 도입, 민의수렴 창구 등의 역할은 기대만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 주민자치위원은 읍·면·동장의 직권 위촉을 받은 기존 관변단체 임원이나 동정자문위원·지방의원 등이 많아 사전선거운동 시비가 일고 있다. 따라서 주민자치위원의 자격과 투명한 선출방식을 지방자치법과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정리=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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