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强2中 중형차 경쟁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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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가 중형 승용차 새 모델을 내세워 추격전에 나섰다.

현대자동차(EF쏘나타)와 르노삼성자동차(SM5)가 2강(强)이라면 대우와 기아는 2약(弱). 이를 2강2중 구도로 바꿔놓겠다는 것이다.

대우는 중형차로는 세계 최초로 실린더 6개를 가로로 나란히 배열(횡치 직렬)한 'L6 매그너스'를 지난달 19일 선보였다.

중형차의 경우 엔진룸의 공간이 좁아 6기통이라 하더라도 지금까지는 실린더 3개씩을 V자 형태로 붙여 놓았다.

그러나 L6 모델은 V자를 펴 직선으로 했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훨씬 적다는 것. 2천㏄로 네가지 모델이 있는데, 중형차 가격(1천7백29만~2천1백2만원)으로 힘 좋은 6기통 승용차를 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 중형차 가운데 6기통은 SM5 2천5백㏄가 유일하다.

대우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매각협상을 벌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능력을 과시했다는 점에 고무돼 있다.

최종열 이사는 "하루 1백50여대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한달 판매량을 2천대에서 5천대로 끌어올려 중형차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는 지금까지 생산한 1천대를 판매하지 않고 모두 시승용으로 내놓는 등 신차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아차는 옵티마를 업그레이드한 '리갈'을 4월 중 내놓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작전이다. 리갈(Legal)은 옵티마의 후속모델격이나 외관과 내장을 고급스럽게 바꾸면서 이름도 아예 바꿔버린 것이다.

기아 관계자는 "옵티마가 EF쏘나타와 차대(플랫폼)가 같아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라며 "리갈은 전혀 새로운 이미지로 시장을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르노삼성의 선두권 경쟁도 뜨겁다. 르노삼성은 올 초 출시한 2002년형 SM5가 잘 팔리자 EF쏘나타 추월까지 꿈꾸고 있다.

이언 이사는 "택시 기사들 사이에 내구성과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친 김에 오는 9월께 1천5백㏄ SM3 모델을 출시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져 SM5도 더 많이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에 대비해 현재 1백개인 점포를 올해 안에 1백30개로 늘리고, 판매인력도 1천1백명에서 1천2백5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는 EF쏘나타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내심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파업의 여파이긴 하지만 월별 판매에서 SM5에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임종헌 부장은 "올 들어 최다 판매 기록을 되찾았다"며 "내수와 수출이 모두 늘다보니 내수용을 확보하지 못해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는 첫 차를 바꾸는 30~40대 연령층을 EF쏘나타의 고객으로 삼아 공략하고 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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