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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승전 치를 요코하마 : 日 최대 스타디움 '축구首都'우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2002년 6월 30일 일요일 늦은 밤,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

우승팀 주장이 황금 트로피에 뜨겁게 입맞춤을 한다. 7만여 관중이 날리는 2백만마리의 종이학이 함박눈처럼 쏟아진다. 인류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 곱게 접은 종이들이 벚꽃처럼 흩날리는 가운데 21세기의 첫 월드컵은 장엄한 피날레를 맞는다.

1859년 에도(江戶)막부는 구미 열강에 개항을 강요당했다. 에도(현재 도쿄)근처를 요구하는 미국과 가능하면 수도에서 먼 곳을 내주려는 막부의 의도가 절충돼 개항한 곳이 요코하마. 1백여채 가옥에 6백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고기를 잡고 농사짓던 작은 마을이었다.

1백43년이 지난 오늘. 요코하마는 3백43만여명이 사는 일본 제2의 도시로 성장했고,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의 '파이널 시티'로 전세계 손님들을 맞는다. 일본에서 축구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설이 유력한 요코하마로서는 새로운 역사를 쓰는 셈이다.

한국과 달리 수도인 도쿄에서는 월드컵을 치르지 않아 월드컵에 관한 한 요코하마가 일본의 중심이다.

개막 60일 전. 요코하마는 조용하면서도 내실있게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시민들에겐 개막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승전 D-며칠'이 더 중요하다. 도쿄 시내에서 30분 정도 전철을 타고 고즈쿠에(小机)역에 내려 10분쯤 걸어가면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의 위용과 맞닥뜨린다. 신칸센(新幹線)신요코하마 역에서는 걸어서 15분.

서울 상암경기장의 화려함에 비하면 별 특징이 없어 보이나 실속만큼은 단단히 갖췄다. 1998년 3월 개장한 일본 최대 규모(7만2천3백70석)의 스타디움이다.

이 지역은 원래 인근 쓰루미가와(鶴川)강이 홍수로 범람할 때 물을 가둬두는 유수지였다.그래서 경기장은 침수를 막기 위해 지상에 떠 있는 모양으로 설계됐다. 8m 높이의 기둥 1천개가 경기장을 떠받치고 있다. 완벽한 배수 시설도 갖추고 있다. 지난해 6월 7일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일본-호주)때 폭우가 쏟아졌다. 기자는 그렇게 거센 빗줄기 속에서 하는 축구경기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경기는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됐고 물이 고인 곳도 전혀 없었다.

경기장 위에는 1백m를 7초에 달리는 고속주행 카메라가 설치돼 선수들의 다이내믹한 플레이를 찍고,이는 스탠드 양쪽의 대형 스크린(19m×9m)에 비춰진다.

아쉬운 점은 육상 트랙 때문에 관중석과 그라운드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축구 전용 구장같은 박진감은 느낄 수 없다. 고육지책으로 트랙에 잔디를 심어 거리감을 줄이려고 했다. 이 경기장의 연간 관리비는 10억엔(약 1백억원). 1년 수입은 약 3억엔으로 매년 7억엔(7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그러나 시는 이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월드컵 결승전 도시'의 상징물로 남는 데다 시민들의 스포츠·여가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3~4일 50개국이 참가하는 국제 가장행렬이 열리면서 월드컵 분위기도 후끈 달아오를 것 같다. 5월 11~25일에는 본선 진출 32개국의 풋살대회도 개최된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선수로 나선다. 32개국 음식 축제도 5월 초로 예정돼 있다. 요코하마는 공동 개최의 의의를 살려 한국과의 공동 이벤트도 다채롭게 준비하고 있다. 4월 19~21일에는 창작 오페라 '춘향'이 가나가와 현민홀에서 공연된다. 다카키 도로쿠(高木東六·97)가 작곡한 이 작품은 48년 초연 이후 양국 관계 악화로 공연이 중단됐다가 54년 만에 재연된다. 민속 예술 페스티벌도 6월 초에 열린다. 요코하마시 월드컵 추진실 직원들은 모두들 인사말 몇마디쯤은 한국어로 할 수 있다. 준비는 이처럼 조용하면서도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요코하마=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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