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 간격 급수… 발전량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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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9일 오전 11시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 수입4리 영평천. 물이 발목을 겨우 넘을 정도로 말랐다. 게다가 조금 남아있는 물에는 연두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녹조가 둥둥 떠있다. 지난 11일 상류에서 발생한 녹조가 동두천 주민들의 식수원인 한탄강 합류 지점까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주민 金모(47)씨는 "영평천이 녹조로 이렇게 오염된 것은 평생 처음 본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부터 계속돼온 중부지방의 가뭄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경기·충청 대부분 지역의 강수량은 예년의 52~96%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하천에 녹조가 발생,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수력발전소의 발전량도 예년보다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남부지방은 최근 두세차례 단비로 한숨을 돌려 전국에서 가뭄과 해갈의 희비가 엇갈렸다.

충북 제천시 금성면 대장리 주민들은 지난해 9월부터 사흘에서 엿새 간격으로 급수를 받아 겨우 먹는 물만 해결하고 있다. 최병기(崔秉基·53)이장은 "먼곳에 있는 친척집으로 빨래하러 다니는 것도 이골이 났다"고 말했다. 충남북에서만 모두 27개 마을이 이같은 제한급수를 받고 있다.

도시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동두천시는 지난달 말부터 수돗물 정화용 약품 사용량을 25% 늘렸다. 물이 적은데다 녹조까지 발생해 원수(源水)의 수질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다목적댐의 발전량도 크게 줄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전국 10개 다목적댐의 올해 발전량은 1억3천2백만㎾h로 당초 계획량의 55.5%에 불과하다. 다목적댐 평균 저수율이 33.8%로 떨어져 방류량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 충북지사는 28일 농업용 관정에 쓸 전기공급 신청을 다음달 초까지 미리 해줄 것을 농민들에게 당부했다.

안남영·전익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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