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국가과제 <10.끝> 공동묘지 재개발하자 : 프랑스의 묘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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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파리의 묘지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묘지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파리의 묘지 안내』라는 책은 관광객에게 인기다.

프랑스는 1776년 국왕이 묘지 정비에 관한 선언을 발표했다. 국민의 위생을 보호하고 묘지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울러 묘지에 조각물들을 설치하도록 적극 권장했다. 이 선언이 조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면서 훗날 공원묘지라는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19세기 초에 파리 시내에 있던 묘지를 없애고 대단위 묘지를 설치한 것이 오늘날 파리의 3대 묘지로 불리는 페르 라셰즈·몽파르나스·몽마르트르 묘지다.

작곡가 프레데리크 쇼팽과 작가 오스카 와일드, 록 뮤지션 짐 모리슨,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 등이 묻힌 페르 라셰즈 묘지는 미국과 영국·북유럽 묘지의 모델이 됐다.

유명인들이 즐겨 묻히는 페르 라셰즈에는 총 10만여개의 묘소에 50만명이 잠들어 있다.

층층이 묻는 가족묘인 카보가 많아 분묘 수와 매장자 수가 다르다.

프랑스 남부로 내려가면 관을 땅 속에 묻지 않고 벽장에 꽂듯 차곡차곡 쌓는 앙프라는 형태가 널리 퍼져 있다.

프랑스에서는 '사후에도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물론 개인묘지는 없다. 죽은 자에겐 빈부귀천을 불문하고 수평적으로는 똑같은 크기(1.2평)가 주어진다.

그러나 수직적으로는 각자 개성과 경제적 능력에 따라 묘지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허용된다.

이런 예술적인 분위기와 호젓함에 끌려 많은 관광객이 묘지를 찾는다. 죽음 가까이서 시민들은 사색에 잠기며 자신을 되돌아보며 삶을 풍성하게 가꾼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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