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속에 피어난 가족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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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마음의 고향 (EBS 밤 10시)

'마음의 고향'은 외견상 잔잔한 가족 영화다. 한 여인이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두 아이를 데리고 힘겹게 농장을 꾸려나간다는 줄거리다. 그러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년)에서 전통적 의미의 가정이 붕괴함에 따라 변화하는 남성의 역할을 예리하게 포착했던 로버트 벤튼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인종차별·불륜 같은 문제를 건드리는 것을 잊지 않는다. 관습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곰곰이 되씹을 만한 메시지를 담는 그의 정교한 연출력 덕분에 지루함 없이 볼 수 있다.

미국이 경제 대공황을 맞았던 30년대, 보안관 남편이 술 취한 흑인의 총에 맞아 죽자 에드나(샐리 필드)는 위기에 처한다. 아직 어린 두 아이와 농장이 덩그라니 남겨졌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빚을 갚으라고 독촉이 심하다. 그런 그녀에게 원치 않는 동거인이 두명 생긴다. 떠돌이 흑인 모즈(대니 글로버)와 전쟁에서 실명한 하숙인 윌(존 말코비치)이다. 이들은 목화 수확과 폭풍우 계절을 지나면서 서서히 가족의 일원이 된다.

평범한 시골 아낙네에서 목화 농장을 일으키는 '또순이'로 변화하는 샐리 필드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존 말코비치나 에드 해리스 등 내로라 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젊은 시절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84년작. 원제 Places in the Heart. ★★★★(만점 ★5개)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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