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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술문화와 역사 공정한 평가작업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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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역사 과목이 정치 제도에 치우치니 암기과목이 돼버리고, 외면을 받는 겁니다. 미술과 문화를 흡수·반영해야 합니다.”

미술사학계의 대부 안휘준(70·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미술의 걸작 60여 점을 뽑아 그 미학을 설명한 책 『청출어람의 한국미술』(사회평론)을 냈다. 2007년 화정박물관이 주최한 ‘화정미술사강연’에서 3회에 걸쳐 강연한 내용을 3년간 수정·보완했다.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부터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건축까지, 한국미술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입문서 격이다.

“서구의 일류대는 인문학에 예술을 끌어들여 결합시키는 교육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인문학자는 절대 다수가 예술을 모르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아요. 인문학의 위기도 인문학자들이 예술을 몰라서 초래한 측면이 있어요.”

안 교수는 “아직까지도 식민사관의 영향을 받아 우리 미술에 대해 폄하하는 시선이 있다”며 “우리의 미술문화와 역사를 과장하거나, 과소평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공정하게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미술의 영향을 받았으나 그보다 높은 경지에 도달한 한국 미술의 대표작을 선정했다. 스승보다 낫다는 의미의 ‘청출어람’을 제목으로 삼은 까닭이다.

신라의 금동미륵반가사유상, 백제 금동대향로, 통일신라 석굴암, 고려 불화와 청자, 조선의 산수화와 초상화 등을 ‘청출어람’의 사례로 꼽았다. 가령 상감청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던 고려 도공들의 독창이고 수준 또한 세계 제일”이라며 국보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3점을 소개했다. 고려와 조선의 불교조각, 조선의 불교회화, 청화백자 등은 중국의 것에 비해 탁월하다고 주장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누가 봐도 한국 미술임을 알 수 있는 한국만의 독창성을 특히 중시했다. 안 교수는 “옛날 한국 미술은 국제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이 50대 50으로 균형을 이뤘으나 요즘엔 외래 문화의 영향이 70~80%쯤으로 압도적인 형국이라 문화적으로 큰 위기”라고 주장했다.

“우리 문화와 예술을 잘 알아야 현대문화도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전 시대에 걸쳐 자료가 남아 있는 미술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자료입니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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