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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자유무역협정 탄력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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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2일의 한·일 정상회담은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다지는 장(場)이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에 무게가 쏠린 지난해 10월의 정상회담과는 판이했다.

재임 중 한·일 협력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지와 아시아에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한·일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일본측의 전략적 고려가 어우러진 결과로 보인다.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은 이번 회담의 접착제가 됐다. 한·일 정상은 국제공약인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조를 다짐했다.

두 정상이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을 함께 찾고 월드컵 개·폐회식 때의 교차 방문에 합의한 것은 양국 우호·협력관계를 대내외에 알리는 것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본 정상과 함께 외부행사(상암동)에 참가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를 지난달 한·미 정상의 경의선 도라산역 방문에 견주었다.

한·일 투자협정 서명과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위한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회 설치는 경제협력에 탄력을 붙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연구회 설치는 그동안 민간에서 논의돼온 FTA 연구에 양국 정부가 발을 들여놓는 것이지만 협정체결까지는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 '인구 1억7천만명, 국내총생산(GDP) 5조2천억달러'의 단일경제권 형성은 경제적 측면 외에 안보전략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교류의 문턱을 낮추고 폭을 넓히기로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일본은 5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방일하는 한국 국민에게 한달 동안 비자를 면제키로 했고 항구적 면제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양국 항공편 확충과 청소년이 상대국에서 일하면서 장기 체류하는 '워킹 홀리데이'의 수혜폭을 늘린 것은 '한·일 국민 교류의 해'에 걸맞은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이 1998년 채택했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갈 계기를 만들어준 셈이다.

두 정상은 회담을 통해 개인적 신뢰를 한층 굳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방한 이래 네번째 얼굴을 맞댔으며, 월드컵 개·폐회식 때의 교차 방문까지 합치면 9개월 새 여섯번 만나게 된다.

양국 간에는 그러나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재참배 여부는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고이즈미는 이번 방한 때 참배 여부에 대한 확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한·미·일 공조 강화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합의했지만 온도차가 감지됐다. 일본이 북한의 납치문제를 제기하면서 인도주의적 지원이 어렵다고 한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발맞추는 인상이 짙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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