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속에서도 성공男보다 자유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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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텔레비전 광고에서도 '돈비족'이 뜨고 있다.

최근 광고에 등장하는 20~30대 남성들은 성공을 위해 뛰는 직장인으로보다는 여가 생활에 적극적이며 즐기면서 일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젊고 당당한 남자의 일과 여유'를 내세운 LG카드의 새 광고에서 탤런트 배용준(사진)은 "멋지게 살아요"를 외친다. 그는 수영장·사격장을 오가며 레포츠를 즐기고 여자 친구에겐 예쁜 꽃다발을 선물한다. 가죽점퍼를 입고 모터 사이클을 즐기는 터프함과 재즈 바에서 감미로운 멜로디를 연주하는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췄다.

일에 열중하는 모습보다는 다양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배용준의 이런 이미지는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바친다'며 여자 모델을 덥석 안아올리는 예전 광고 속 '마초맨'적인 남성다움과는 사뭇 다르다. 세련된 비즈니스맨으로 설정돼 있지만 '단정한 정장, 고급 승용차'로 표현되는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이젠 삶을 가꾸며 살아가는 남성상이 여자들의 이상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이동통신 업체 KTF의 기업 광고인 '넥타이와 청바지편'도 노골적으로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과거 세대 남자들을 비웃는다.'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는 메시지를 내세우는 이 광고에서 헬멧을 쓴 채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출근하는 젊은 남자 사장은 딱딱한 양복 차림의 근엄해 보이는 신사보다 멋진 남자로 그려진다.

동서울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김덕자 교수는 "과도한 사회적 기대치의 중압감으로부터 탈출을 원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광고 속 남자들의 이미지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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