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이렇게 바꿉시다 <5>이것이 동방예의지국 매너 : 4개국어 메뉴판 "바가지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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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을 따라 줄지어 있는 포장마차촌 '바다마을'에는 다른 관광지에서는 흔한 바가지 요금이라는 게 없다.

50여명의 업주들이 지난해 11월부터 각종 안주와 술 값을 통일해 정찰제로 판매한다.

특히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일어·중국어 4개 국어로 된 똑같은 규격의 가격표가 눈에 잘 띄게 걸려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호평한다.

상가 번영회 강영철(47)대표는 "지난해 월드컵 조 추첨 때 노점들이 가격 정찰제와 표시제를 실시하는 게 신기했는지 외신 기자들이 취재를 하더라"면서 "양심적으로 장사하면서도 월드컵 때 큰 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와 남대문 시장 두 곳에 귀금속 매장을 갖고 있는 이도희(60)씨는 3년 전부터 종로 매장에서만 실시해온던 가격표시제를 남대문 점포로 확대할 생각이다. 그는 "주변 상인들이 반대하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손님에 따라 가격을 부르는 것이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모두를 불쾌하게 만들며,오히려 정찰제로 손님에게 믿음을 줘 많이 파는 것이 훨씬 잘하는 장사'라는 게 李씨의 말이다.

대회 기간에 민박요금을 모두 똑같이 받자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월드컵 대회 기간 중 외국인 민박을 유치해온 한국 라보와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최근 민박을 받을 주민 1백80명에게서 "요금은 하룻밤에 30달러만 받는다"는 서약을 받았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였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이정수 간사는 "지난해 서울시내 2천5백여개 점포를 조사한 결과 78% 정도가 가격표시제를 실시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용산전자상가나 이태원·인사동 등의 점포 참가율이 낮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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