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단출하고 재미있게… 소극장 오페라'가능성'보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지금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선 지난달 23일 막이 오른 제4회 서울국제소극장오페라축제의 피날레 공연이 한창이다. 페르골레시의 '마님이 된 하녀'와 로시니의 '비단 사다리'(지휘 박명기·연출 이소영)를 20일까지 상연 중이다.

합창단이 나오지 않아 웅장한 맛은 없지만 2~6명에 불과한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코믹 연기에 관객들은 연신 웃음보를 터뜨린다. 18세기 오페라의 경우 대사나 레치타티보가 많아 우리말 가사가 피부에 와닿는다.

올해 축제는 국립오페라단 등 국내외 5개 단체가 10편을 무대에 올렸고 그중 렌디네의 '중요한 비밀', 모차르트의 '자이데', 아가포니코프의 '이웃집 여인', 파이지엘로의 '허튼 결투', 살리에리의 '음악이 먼저, 말은 그 다음에' 등 다섯편이 국내 초연작이었다. 국제음악제에 걸맞게 러시아·일본 팀이 가담했고 '비단 사다리'와 모차르트의 '가짜 정원사' 등은 2000년 공연 때 좋은 반응을 얻어 재상연됐다.

"새로운 레퍼토리의 개발로 오페라를 대중화하는 것이 이번 축제의 목표다. 입장권도 전석 2만원으로 정했다. 공연 시간도 작품당 한시간 내외라 지루하지 않다." 이번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한국 소극장 오페라연합회 장수동(오페라 연출가)회장의 말이다.

그동안 오페라 워크숍처럼 여겨져오던 소극장 오페라가 한달간 계속되는 페스티벌로 출범한 것은 1999년. 국립극장은 이번 공연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오페라 페스티벌에 못지 않는 기획이라 공연 비수기에 달오름극장을 한달간 빌려줬다.

신인 성악가·연출가의 발굴도 자랑거리다. 더블 캐스팅으로 출연하는 성악가들은 한시간짜리 작품을 위해 1개월 이상을 연습하고 2~3회 공연한다. 올해의 경우 국내 단체가 상연한 여덟 작품에 출연한 성악가는 모두 83명이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오페라단처럼 소극장 오페라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단체들은 단장만 있을 뿐 단원이나 스태프가 없어 단체별로 별 차이가 없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도 일부 청중이나 연주자들이 대극장 오페라보다 열등한 무대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달오름극장(4백54석)은 오페라 공연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무대가 아니어서 1층 객석의 앞부분을 떼내야 피트 설치가 가능하다. 소극장 오페라 페스티벌은 부족한 예산 때문에 1회 때부터 오케스트라 반주 대신에 전자 건반 악기인 엘렉톤 앙상블을 사용해 왔다.

장수동 회장은 "지난 4년간 소극장 오페라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미흡하다"며 "5회째를 맞는 내년부터는 무대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7백10석)으로 옮기면서 예술의전당과 공동 주최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시즌도 가을로 옮기고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소극장 오페라는…

실내 오페라(chamber opera)라고도 부른다. 실내 앙상블의 반주로 연주하는 20세기 오페라와 18세기 오페라가 여기에 해당한다.'아말과 밤에 찾아온 손님' 등 카를로 메노티(90)의 작품을 비롯, 바로크 오페라와 하이든의 '사랑의 승리', 모차르트의 '바스티앙과 바스티엔', 로르칭의 '오페라 연습', 바로크 오페라 등 무수히 많다.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피가로의 결혼''마술피리'도 소극장 오페라로 잘 어울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