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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도 서울역에 세계적 문화공간 짓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5면

2010년 3월 18일

웅장한 위용의

SCC (Seoul Culture Complex)

가 들어서다

5천석 규모의

A홀에선

조수미·신영옥·홍혜경

한국 3대 소프라노가

한 무대에 서다

서울의

문화 랜드마크로

떠올라

부산에서 출발한 고속전철이 새로 지은 서울역 역사에 도착한 시간은 정각 오후 7시였다. 열차에서 내린 승객 대부분은 역사(驛舍)와 승강기로 연결된 초대형 쇼핑센터로 자리를 옮겨 여유롭게 저녁식사와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이제 8시가 가까워지면 이들은 모두 통로로 연결된 바로 옆 건물로 건너갈 것이다.

2010년 3월 18일, SCC(Seoul Culture Complex)가 그 웅장한 모습을 일반에 공개하면서 오후 8시 5천석을 자랑하는 A홀에서 개관 축하공연이 있기 때문이다. 소프라노 조수미·신영옥·홍혜경 등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여성 성악가 3명이 사상 최초로 한 무대에 서는 갈라 콘서트다. 정명훈씨가 지휘봉을 잡고, 그동안 라이벌이었던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이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합동 공연을 한다는 사실이 이날 행사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 중 일부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고속전철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지만 상당수는 SCC 안에 함께 지어진 호텔에서 하루를 묵을 계획이다. 물론 이날 객석의 대부분은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공연을 보고 집으로 그냥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열차편을 이용해서 지방으로 가려는 사람이고, 서울 근교에 집이 있어 늘 열차나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철도청과 서울시가 서울역사와 그 주변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은 2004년 고속전철 개통 직후. 공사에 드는 비용은 일단 철도사업을 민간에 매각한 대금을 기본으로 고속전철 사업에 참여한 모든 업체들이 나머지 부분을 충당하는 형식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별도의 재단법인을 설립했고 공사가 끝난 다음에는 일체의 토지와 건물을 이 재단의 기본재산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공연장·전시장과 같은 문화공간만 조성한 것이 아니라 그 위로 높이 1백80m의 고층 건물을 올려 초대형 쇼핑센터와 레스토랑·호텔 등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 임대 수익을 재단에 귀속시켜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경비로 활용하는 한편 그 나머지는 재단의 기금으로 축적하기로 했다. SCC는 사람과 사람, 서울과 지방이 만나는 문화적 거점인 셈이다.

철도역 부근의 화물기지 부지에 세운 일본 하마마스(浜松) 액트 시티처럼 SCC는 서울의 새로운 문화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공연장은 모두 네개로 그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A홀은 5천석 규모다. 공연장 로비에선 남대문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남산 타워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1천5백석 규모의 B홀은 심포니·실내악·독주회 등 클래식 음악 전용홀로 설계했다. SCC는 올 가을 개관기념 페스티벌로 전국의 10개 교향악단이 차례로 무대에 서는 말러 전곡 시리즈를 개최한다.

이런 시설을 경제와 문화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에 또 만든다는 것에 대해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서울역 역사에 조성되어 수도권은 물론 전국 어디서나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오히려 전국의 문화권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효과를 기대하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제 우리의 철도가 북녘땅을 지나 시베리아와 만주 벌판으로 뻗어 유럽 각국으로 이어지는 계획이 성사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생각하면 서울역 역사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사건이 전세계로 파급되는 한편, 세계 각지의 문화현상들이 서울역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로 전해지는 그런 날 또한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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