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 신철식 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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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가수 김현철의 '비처럼 음악처럼'은 기획예산처 신철식(48)사회예산국장이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다. 흔히 말하는 '18번'이다.

그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카수"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그가 개인 음반까지 낸 아마추어 가수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누가 봐도 잘나가는 공무원이다.

경기중·고, 서울대 상대(경제학), 스탠퍼드(MBA) 출신에 행시(22회) 합격 후 경제기획원 주요 부서를 거쳐 현재 기획예산처 국장으로 있는 화려한 경력이 말해준다. 실제 업무 능력·인품 모두 'A학점'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런 그의 마음 속을 평생 떠나지 않았던 게 바로 음악이다. 숨겨진 또 다른 그의 인생인 셈이다.

신현확 전 총리의 1남3녀 중 셋째인 申국장이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 바이올린을 배우면서다.

"가족들이 모두 피아노를 즐기고, 음악을 좋아했어요." 申국장을 제외한 3녀 중 두명이 음대교수, 한명이 성악가가 된 것도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申국장은 대중음악이 좋았다."중학교 시절 학원을 다니며 기타를 배웠고, 시간만 나면 노래를 불러댔죠."

서울대에 입학해서는 보컬그룹 '피닉스'의 싱어로 뽑혔지만, 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고 접어야 했다.

행시 합격 후 관료생활을 시작했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음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申국장이 자신의 음반을 내기로 결심한 것은 1992년 기획원 과장 시절이다.

"공무원이 시간이 있나요. 매일 야근한 뒤 자정 무렵 스튜디오를 찾아 녹음을 했죠." 이 음반에는 평소 좋아하는 발라드풍의 노래 10곡과 작곡가로부터 받은 자신만의 노래 2곡을 담았다. 5천장을 몰래 찍어 지인들에게만 돌렸다.

"가지 못했던 음악 인생에 대한 미련을 엉터리로나마 풀었죠"

지금도 그는 아무리 바빠도 한달에 한번은 짬을 내 노래방을 찾는다.음악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몰려가 20~30곡씩 부른다.

"공직이 천직이지만, 음악은 두번째 천직"이라는 그는 공직생활을 마치면 또 한번 음반을 내고 싶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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