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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떠나지 마세요" 지자체, 기업 '소매 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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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황철곤 마산시장은 회사를 함안군으로 옮기려던 한일합섬 진재술 법정관리인을 지난달 말 만나 떠나지 말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황시장은 "40년간 마산의 대표기업이었던 한일합섬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시민정서에도 맞지 않다. 남을 경우 어려움을 해결해 주겠다"고 호소했다.

이 회사는 8만여평의 공장터가 건설회사에 팔리자 회사를 이전키로 했다.이 소식을 들은 진석규 함안군수가 유치운동을 벌이자 다급해진 마산시가 시장까지 직접 나선 것이다. 자치단체들이 떠나려는 기업체 붙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내는 지방세의 몫이 크고 고용창출 효과도 만만찮은데다 새로운 기업 유치도 쉽지않기 때문이다.

남을 경우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하는 가 하면 떠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발목잡기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 남으면 인센티브, 떠나면 페널티=마산시는 또 하이트 맥주가 마산공장을 밀양으로 옮기려 하자 각종 혜택을 주겠다며 설득해 겨우 남도록 했다. 황 시장은 하진홍 하이트맥주 사장을 만나 "밀양보다 비싼 마산의 공장용지 가격차(평당 10만원)의 일정부분을 보전해 주겠다"며 마산 잔류를 담판지었다.

은근한 발목잡기 전략도 효과를 봤다. 마산시는 "하이트 맥주가 마산내 다른지역에 남을 경우 현 구암동 3만4000여평의 공장터에 아파트를 건립할 때 용적률을 높여줄 수 있지만 밀양으로 간다면 공장 뒤 3.15 국립묘지 때문에 5층이하로 짓도록 고도지구 지정도 고려할 수 있다"며 협박(?)했다.

부산시와 금정구청은 ㈜파크랜드가금사공단의 부산공장 옆에 대형 레미콘 공장 증설허가가 나면서 먼지 발생 등 여건악화를 이유로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려 하자 인근에 있는 시유지를 레미콘 공장 대체부지로 제시, 파크랜드 측을 설득하고 있다.

◆ 문제점=현행 기업유치 관련 조례는 다른 지역에서 이전 해 오는 기업에 한해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으로 돼 있다. 따라서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관내 기업을 붙잡는데는 이 조례가 무용지물이다.

마산의 한일합섬이나 하이트 맥주를 유치하려는 함안군이나 밀양시는 이 조례를 적용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지만 마산시로서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파격적인 인센티브에 대한 부담도 골치거리다.

마산시 김석기 기획.경제국장은 " 하이트 맥주의 공장용지 값 보전은 많은 예산에 대한 의회 설득도 문제인데다 이후 다른 기업이 같은 조건을 요구하면 형평성 문제가 걱정이다"라고 털어 놓았다.

김상진.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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