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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소동' 적극 대처하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연예계가 마약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검찰의 마약사범 검거 '태풍의 눈'이 된 연예계는 '연예인 마약 리스트'소문까지 나돌아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에 대한 일제점검에 나서는가 하면 연예산업의 현장인 여의도와 충무로 역시 몸조심을 하고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태다.

우리는 수사당국의 발표가 채 나오기도 전에 리스트 운운하는 소문이 인터넷을 타고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을 경계하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당국의 빠른 수사진행을 촉구한다.

지난해 11월 탤런트 황수정씨의 히로뽕 투여에 이어 가수 싸이·심신씨가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됐으며 올해도 탤런트 성현아, 가수 김구씨 등이 구속됐다. 현재 내사 중인 연예인들도 20여명에 달해 구속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이른바 '마약리스트'에 오른 탤런트·개그맨·가수들이 대부분 최정상급이어서 오는 4월 프로그램 개편을 앞둔 지상파 3사마저 출연진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연예계가 이처럼 마약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은 관련 단체·업체들의 마약사범에 대한 안이한 태도가 빚은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최근 5년간 국내 마약류사범 가운데 0.3~0.8%가 연예인들로 적게는 20여명에서 많게는 80여명이 해마다 마약범으로 적발됐다. 그러나 우리사회에 연예 종사자가 여타 직종에 비해 수적으로 적음을 감안할 때 이는 상대적으로 연예인이 손쉽게 마약에 손을 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 10년간 검거된 마약사범 가운데 청소년들의 흠모를 받아왔던 인기 연예인 3~4명이 거의 매 해 끼여 있을 정도로 연예인들의 자기 정화는 엉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거 당시와는 달리 인기 연예인들일수록 손쉽게 면죄부를 받고 방송 등에 복귀함으로써 '마약사범 단속의 철퇴'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최근 들어 연예계의 마약사범은 종래의 가수·작곡가는 물론 탤런트·영화배우·모델 등 연예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연예인들이 가까이 하고 있는 품목도 대마초 등 마약성이 약한 것에서 히로뽕·엑스터시 등 강력한 종류로 옮겨가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검찰 조사에서 연예인들은 '인기에 대한 부담감''일반인을 접촉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외로움과 소외감''빡빡한 스케줄로 인한 피로감'으로 마약에 손을 댄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게다가 판매책들은 연예인들이 비밀이 철저히 보장되고 돈을 떼일 염려도 없다는 이유로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연예계의 마약문제를 더 이상 개인에게만 맡겨 둘 수 없는 근거다.

따라서 우리는 연예인협회 등 관련 단체가 회원들을 상대로 마약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예방프로그램과 자정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적극적인 대책을 세울 것을 권한다. 각 방송사도 일반 출연진의 폭을 넓혀 연예인들에 대한 프로그램의 의존도를 낮춤으로써 범죄를 저지른 인기연예인들이 충분히 자정의 기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마약사범 1만명'시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증가 추세가 꺾였다고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부는 지금과 같은 사용자 처벌 위주의 정책으로는 재범자만 양산할 뿐 원천적인 금지를 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미국처럼 공급자 중심의 처벌과 치료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엑스터시의 경우 주로 해외유학생이나 여행객이 몰래 감춰 들여오거나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히로뽕 등 다른 마약의 공급원도 과거 내국인 위주에서 방글라데시·파키스탄인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는 만큼 국제 협력을 통해 공급원도 차단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청소년 시절부터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약류 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예방교육위원회를 조직한 미국의 제도도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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