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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 오른 수뢰 獨의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독일 공직자들은 청렴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예컨대 시민들과 접촉이 많은 경찰이 공무원 청렴도 여론조사에서 늘 1,2위를 다툰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경찰에 잘 봐달라고 돈을 건네는 일은 상상하기 힘들다. 다른 공무원도 대체로 깨끗해 국민의 존경과 신임을 받고 있다.

그러나 독일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비리가 없지는 않다. 여기서도 역시 건축관련 분야가 '상습범' 범주에 속한다. 요즘 독일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사민당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비자금 스캔들도 쓰레기소각장 건립과 관련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이다.

최근엔 공무원은 아니지만 국민의 존경을 받는 집단인 의사들이 도마에 올랐다.

스미스클라인 비첨이란 영국 제약회사로부터 뇌물을 받고 그 회사 약품을 처방해준 혐의다. 많게는 5만마르크(약 3천만원)의 돈을 받았다고 한다.

금품 외에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과 이곳에서 인기있는 F1 자동차경주대회 관람 등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대상에 오른 의사는 모두 4천여명. 이 가운데 2천2백여명은 수수액이 우리 돈으로 5만원에서 50만원에 불과해 무혐의 처리됐고, 현재 약 1천여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13일에는 지역의보조합인 AOK가 "이 회사 외에 다른 제약회사도 의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으며,일부 의사는 진료비를 이중으로 청구했다"고 발표,파문이 커가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인 하르트만분트는 이번 수사를 '정기적인 의사집단 때리기'로 규정하고 "성급한 판단으로 의사집단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94년 비슷한 사건으로 1천5백여명의 의사가 조사받았지만 불과 34명만이 처벌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사건을 바라보는 독일사람들의 시선은 차갑다. 고소득층으로 일반의 모범이 돼야 할 의사들이 검은 돈을 먹은데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역시 고소득층인 루프트한자 조종사들의 파업 때도 독일 국민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사회 지도층에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요구하는 것은 어디서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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