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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대가성 폭넓게 인정 : 大法 '임창열 무죄' 파기환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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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법원이 12일 임창열(林昌烈·사진)경기도지사의 알선수재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함으로써 林지사는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와 함께 법조계에서는 林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를 향해 "사건을 정치적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고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林씨에 대한 무죄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판시한 것을 볼 때 이 사건을 다시 다룰 고법에서 거듭 무죄로 판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법원이 林지사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할 경우 林지사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형이 효력을 잃을 때(집행유예 기간 종료 후 5년)까지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사면이나 복권될 경우 출마할 수 있다.

◇곡절 많았던 재판 과정=1998년 5월 퇴출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경기은행측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99년 7월 인천지검 특수부에 구속된 林지사는 같은 해 10월 혐의 사실이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 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孫容根 부장판사)는 林지사가 경기은행측에서 받은 돈의 성격을 원심과 달리 해석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林지사가 98년 5월 경기은행장에게서 돈을 받을 때의 상황과 검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한 점을 들면서 알선수재죄의 적용이 어렵다며 검찰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공소장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를 둘러싸고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林지사에 대해 봐주기식 재판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됐고, 검찰은 "귤을 탱자라고 한다"며 재판부의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며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알선수재죄의 경우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되지만 정치자금법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3천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돼 있다.

당시 검찰은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재판부가 고위 공직자의 파렴치한 뇌물 사건을 정치적인 사건으로 변질시키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함으로써 성립한다"며 林지사의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범의(犯意)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 사실과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하게 연결 상태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林지사에게 금품을 건넨 경기은행측의 당시 상황과 돈을 건넨 목적 등을 고려해 볼 때 대가 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넉달쯤 뒤 최종 판결=대법원이 판결문과 재판 기록을 서울고법에 되돌려 보내면 고법은 재판 일정과 선고일을 다시 정한다. 통상 기록이 보내지는 데 20일, 고법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데 두달 정도 걸린다.

고법이 林지사에 대해 유죄 판결을 하고 林지사측이 다시 상고할 경우 대법원은 통상적으로 한달 가량 기록을 재검토한 뒤 최종 판결을 하게 된다. 결국 林지사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오려면 앞으로 최소한 넉달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따라서 시간적으로 林지사는 오는 6월 법적하자 없이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林지사가 당선하더라도 대법원이 뒤에 유죄 확정 판결을 내리면 피선거권이 박탈돼 도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박재현 기자

임창열 지사 재판일지

▶1999년 7월 인천지검, 임창열·주혜란 부부 구속

▶1999년 10월 1심(인천지법), 임씨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

▶2001년 1월 서울고법, 공소장 변경 요구,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예비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추가토록

▶2001년 1월 검찰 즉각 거부

▶2001년 2월 재판부 공소장 변경 재차 요구, 검찰 재거부

▶2001년 4월 항소심(서울고법), 임씨 알선수재혐의 무죄 선고

▶2002년 3월 12일 대법원, 임씨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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