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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국 얼굴 사진 겹쳐 '평균' 추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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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인의 '평균 얼굴'이 탄생했다. 또 지구촌 100개국 사람들의 인종.종교.이념 차이를 뛰어넘는 '보편적 세계인'(남자)의 얼굴 모습도 나왔다. 의학이나 유전공학 분야의 실험 결과가 아니다. 현대 사진예술의 실험정신이 빚어낸 강렬한 메시지다.

사진작가 김아타(48.사진)씨는 내년 12월 9일 열리는 미국 뉴욕의 ICP미술관 개인전에 출품할 '자화상'시리즈를 완성하고 이를 중앙일보 지면에 첫 공개했다. ICP미술관은 '사진의 뉴욕현대미술관(MoMA)'으로 불리며 이곳에서의 개인전은 아시아 작가로는 김아타씨가 처음이다.

"대립과 갈등의 세계인, 한국인을 묶는다"는 철학을 구현한 '자화상'시리즈의 제작 과정은 그 자체가 실험이다. 우선 한국인 시리즈. 김아타씨는 20, 30대 남녀 50명씩을 일일이 섭외했다. 다양한 인물들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의도 때문에 울릉도.제주도에서 강원도 출신까지 포괄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찍은 사진들은 눈동자에 초점을 맞춰 정교하게 중첩시켰다. 뜻밖에도 겹치면 겹칠수록 '너와 나의 차이'는 증발하는 대신 한국인 골상의 특징이 선명하게 살아났다. 한국 남자와 한국 여자의 보편적인 자화상이 컴퓨터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세계인 시리즈는 100개국 사람들을 같은 기법으로 촬영해 중첩시킨 작품. 미국.영국 등 서구와 멕시코 등 중남미권은 물론 중국.일본 등 아시아권,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권을 포함했고 나이는 30대 전후로 융통성을 뒀다. 김아타씨는 내년 초 해외 취재를 통해 50개국 사람들을 더 포함시켜 ICP 출품작을 완성할 예정이다. 최종 출품작들은 가로 3.6m, 세로 4.5m의 초대형 사진이 된다. 김씨는 "세계 사진예술의 1번지인 ICP 미술관에 들어선 관람객들이 그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사람 간, 국가 간 차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되묻는 계기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부터 활동하면서 그동안 일곱 차례의 국내외 개인.그룹전을 연 김씨는 피사체의 재현에 토대를 둔 근대사진과 달리 '사진의 발언 영역'을 확장시켜온 예술가. 내년 1월에는 '사진의 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사진전문출판사 아파추어를 통해 작품집을 출판하게 된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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