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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g New" 재계는 고민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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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LG그룹은 최근 '뉴 비즈니스'찾기를 중단했다. LG는 지난해 후반부터 구본무 회장 지시로 전자와 화학에 버금갈 만한 새 사업을 모색해왔지만 최근 "아무리 찾아도 없다"고 잠정적으로 결론내렸다.

정보기술(IT)과 생명과학(BT)등 신사업이 그룹 사업영역에 다 들어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 LG는 기존 사업의 진화·확대로 궤도를 수정했다.

삼성 등 다른 그룹들도 차세대 신사업을 찾느라 한창이다.삼성은 반도체와 휴대폰·LCD 등이 세계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사양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 최태원 회장도 "에너지·화학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역할을 할 날도 몇 년 안남았다"며 고심하고 있고,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1년여 전부터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에 이어 21세기는 BT의 시대"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재계는 외환위기 이후 소홀했던 새 사업 모색에 한창이지만 아무리 검토해도 전력을 기울일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고 고심하고 있다.

◇차세대 사업 찾기에 고심 중=LG는 지난해부터 향후 10년간의 기술 및 제품의 변화 추이를 전망하면서 유망사업 리스트를 작성해왔다. LG 관계자는 "오죽하면 물관리사업까지 검토했겠느냐"고 토로한다.

그러나 LG는 이 사업들이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지, 얼마나 투자해야 가능할지를 가늠할 수가 없어 새사업 찾기를 최근 중단했다. 대신 현재의 사업영역을 진화·확장시키면서 새 사업을 찾으면 즉시 추진할 수 있도록 내실을 키우기로 결정했다. 具회장도 틈만 나면 연구개발(R&D)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계열사 사장들에게 1년여 전부터 "5년, 10년뒤를 생각하라"며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삼성 계열사들은 지난해부터 3단계(2005·2007·2010년) 중장기 경영계획을 짜고 있지만 아직도 '반도체 이후의 새 사업'을 못찾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중장기계획에서 제시된 새 사업이 막연해 그룹 내에서조차 '별 것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삼성은 새 사업을 찾기 위한 '3F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될 사업에 집중하고(포커스), 기존사업간 융합을 통해 새 사업을 찾고(퓨전), 찾을 경우 막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신축적인 조직(플렉서빌리티)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코오롱그룹도 차세대 주력사업을 찾느라 고심 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올해 5천억원 가량의 투자여력이 있지만 마땅한 차세대 사업이 선뜻 눈에 뜨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 못찾고 있나=재계 관계자는 "세계화의 진전으로 국경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전엔 선진 외국기업들이 개발한 상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는지를 보고 뒤따라가도 됐지만 지금은 이들과 바로 맞붙어야 한다.

다른 기업이 먼저 개발하면 이미 늦다는 얘기다. LG 관계자는 "망망대해에서 어디로 가야할지,어떻게 헤엄쳐야 할지 막막한 상태"라고 말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는 "사회가 능력 및 성과 중시로 경도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고경영자의 평가 척도가 한해동안의 업적이기 때문에 씨를 뿌린 후 한참 지나야 열매가 맺는 새 사업에 누가 책임지고 뛰어들겠느냐는 의미다. 새 사업은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실패를 용인하는 시스템으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새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데,우리는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나기 불가능한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욱·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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