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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풍 ‘블랙 오션’ … 기업들 아프리카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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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자원을 확보하라=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11일 아프리카를 향해 떠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모잠비크 등 3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비행거리만 2만8400여㎞(7만1000리), 5~6일간 5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하는 강행군이다. 목적은 자원 확보다. 포스코가 투자해 놓은 남아공의 망간 광산, 짐바브웨의 석탄광산 개발사업 등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18%에 불과한 원료 자급률을 2014년까지 5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아프리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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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업계에서는 SK에너지가 오래전부터 적극적이다. 현재 6개국 8개 광구에서 생산·탐사 등 자원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집트 북자파라나 광구, 코트디부아르 CI-11 광구, 리비아 NC-174 광구, 알제리 이사우안 광구의 원유 생산에 참여 중이다. 적도기니의 블록D, 블록S 광구와 코트디부아르 CI-01 광구, 마다가스카르 마중가 광구에서는 탐사 사업을 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6년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의 니켈광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공기업 중에선 광물자원공사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 초 남아공(유연탄·우라늄), 모잠비크(유연탄), 나미비아(우라늄), 잠비아(구리), 콩고(구리), 니제르(우라늄) 등 아프리카 6개국을 중점 진출국으로 선정하고 교두보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콩고민주공화국 킨샤사에 아프리카 지역의 첫 투자지원센터를 개설했다.

◆시장을 잡아라=10억 인구의 아프리카는 세계 전기전자(IT) 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초 아프리카 지역 총괄 조직을 남아공에 신설한 데 이어 모로코·나이지리아에 지역법인을, 알제리·튀니지·이집트·케냐에는 지점을 세웠다. 현지에 특화한 맞춤형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남아공 월드컵 등 축구 붐을 겨냥해 버튼을 축구공 모양으로 디자인한 휴대전화기, 폭염 속에서도 실내 온도를 빠르게 낮춰주는 에어컨 등이다. 남아공에서 가전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등 ‘아프리카 선발업체’를 자부하고 있는 LG전자는 아프리카에 4개 법인과 3개 지사로 구성된 유통채널을 지니고 있다. 연말까지는 2∼3개의 영업지점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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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에서 14만2000여 대를 팔며 2007년 10%였던 시장점유율을 11.9%로 높였다. 현지에 맞는 신형차를 투입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지역 판매 1위인 도요타를 넘어선다는 중장기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사회간접자본(인프라)이 부족한 아프리카는 국내 중공업 업체들에 ‘제2의 중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STX그룹은 가나에서 수도 아크라를 포함한 10개 도시에 공동 주택과 도시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10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구축 사업을 벌이고 있다. STX는 또 그룹 차원에서 가나의 국가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진출키로 했다. 이 밖에 STX엔진은 지난해 남아공에서 주파수공용통신시스템(TRS) 공급계약을 따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남아공 전력청에서 2억5000만 달러 상당의 초고압 변압기를 수주했다. 두산중공업은 북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발전·담수 플랜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지난 2월 이집트의 아인 소크나 화력발전소에 들어가는 보일러를 4000억원에 수주했다.

◆정부도 지원사격=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14∼23일 이집트·남아공·앙골라 등 3개국을 방문한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디지털이동방송(DMB) 등 한국형 차세대 IT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장석영 방통위 국제협력관은 “이번 방문은 와이브로·인터넷(IP)TV·DMB 등 한국의 앞선 기술이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아프리카 각국은 낙후된 유선전화 인프라를 대체하려고 최근 와이브로 등 모바일 IT 서비스를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5월 ‘ 한·아프리카 경제협력 신탁기금’으로 농촌개발과 녹색성장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케냐 등과의 이중과세방지협정(2011년) 추진 등 경제협력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3월 우간다·남아공·나미비아 등 3개국에 민관합동 자원협력사절단을 파견했다.

이상렬·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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