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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했는데… 학교는 공사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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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7일 오전 전북 전주시 호성동의 북초등학교 강당. 실내 체육을 하는 곳이지만 1백60여명의 학생들이 운동기구 대신 국어책을 들고 수업을 받고 있다. 알루미늄 칸막이로 4개반을 나누긴 했지만 윗부분이 터져 있어 옆반 수업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뒤쪽에선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다. 다른 반에 방해될까봐 노래부르기는 엄두도 못낸다.

특히 이날 꽃샘추위에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이들은 연방 곱은 손을 비벼댔다. 5학년 金모(11)군은 "의자가 차가워 앉아있기가 힘들고 시끄러워 공부도 안된다"고 말했다. 담임교사는 "소리를 크게 내야 하기 때문에 개학한 지 1주일도 안됐는데 벌써 목이 쉬었다"며 "새 교실 공사가 끝나는 5월까지 이런 고생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날 울산 화암고 학부모 60여명은 "교육청이 올 연말에나 지어질 학교에 무리하게 학생을 배정, 초등학교에서 더부살이 수업을 하게 됐다"며 울산교육청 앞에서 재배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치러진 입학식에는 신입생 3백84명 중 1백여명만 참석했다.

이처럼 새학기가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일부 초·중·고에서 교실 신축·증축 공사가 끝나지 않아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는 정부가 '학급당 인원수 35명'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학급 편성을 서둘렀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 7백75개교가 교실증축 공사를 했으나 지난달까지 절반 가량인 3백60여개교가 아직 공사 중이다.

경기도 파주시 와동초, 울산 굴화고, 전북 전주 인후중도 학교 건물이 완공되지 않아 적어도 1학기에는 다른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야할 처지다. 주부 영자(35·파주시 와동리)씨는 "공사기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 교육당국 때문에 겪는 아이들의 피해를 어디에서 보상받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나마 인근 학교에 여유가 있는 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컨테이너 5곳과 조립식 임시교실 5곳에서 수업하고 있는 울산시 남구 무거초등학교에서는 지난 6일 컨테이너 천장에 비가 새 학생들이 강당으로 급히 피하기도 했다.

인천에선 심곡·효성·당하 등 3개 초등교 1천8백여명의 학생이 컨테이너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천안여고생 2백80여명도 사정은 마찬가지.

서울에서도 모두 4백여 교실 공사가 끝나지 않아 전체 2백83개 고교 중 경복·청량고 등 절반 가량의 학교가 과학실·강당 등에서 공부하고 있다.

교실 네곳을 새로 짓는 대전시 서구 둔산동 충남고의 경우 운동장 한켠에 각종 공사자재와 장비가 쌓여 있다. 2학년 金모(17)군은 "다니기 불편할 뿐만 아니라 운동장이 좁아져 마음놓고 놀 수도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교실 공사에 따른 불편과 함께 교육 장비가 공급되지 않아 수업에 차질을 빚는 곳도 있다. 전북에선 5개 초·중학교에 책·걸상 3백40여개가 제때 교체되지 않아 '마룻바닥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 2일 입학식 이후 6일까지 나흘간 강당 맨바닥에서 수업한 전주 용흥초등교 입학생 부모 모(32)씨는 "아들이 입학 첫날부터 찬 바닥에서 쪼그리고 앉아 공부하는 것을 보니 정말 기가 막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9월에야 교실 신·증축 예산이 확보돼 공사 시작이 늦어진 데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고3생을 위해 잠시 공사를 중단하는 등 공사 지연 요인이 생겨 완공이 늦어졌다"며 "공사를 서둘러 한두달 안에 정상 수업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대석·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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