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미 철강값 또 주저앉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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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미국의 철강 수입제한 조치로 국내 업계의 올해 대미 수출 직접 피해는 2억달러 이상이 될 전망이다. 또 올들어 다소 회복 조짐을 보이던 국제 철강 가격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은 지난해 총 2백29만t(약 11억달러) 규모다. 그러나 미국의 이번 조치로 올해는 이보다 20% 가량 감소한 1백75만t에 이를 것으로 정부와 업계는 추산했다.

유상부(한국철강협회장)포항제철 회장은 "국내 업계는 미국의 수입제한 조치를 예측해 대응책을 마련해 매년 대미 수출을 축소했다"며 "대미 수출이 더욱 위축되기는 하겠지만 물량이 그리 많지 않아 유럽연합(EU) 처럼 직격탄을 맞는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철강 수출(1천4백65만t) 중 대미 수출은 15.6%에 그쳤다.

◇대미 수출 더 위축 불가피=지난해 미국에 냉연강판 20만t(1억달러)을 수출한 동부제강은 올해 미국 수출 계획을 '0'으로 잡았다. 대신 음료수 캔을 만드는 석도강판의 원료인 석도용 원판의 생산량을 월 2만5천t에서 3만t으로 늘렸다. 미국의 수입규제를 피해 새로운 품목을 수출상품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난해 대미 수출 물량이 4천t이었던 냉연코일의 수출계획을 보류했으며, 동국제강도 지난해 5만t에 달하던 수출 규모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반면 지난해 열연코일 51만3천t을 미국 현지법인인 UPI에 수출했던 포항제철은 미 정부의 예외 조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병창 포철 홍보담당 상무는 "주미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UPI로 수출하는 핫코일(연간 2억달러)은 예외가 됐다고 한다"며 "미국의 이번 201조 발동은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포철에 기회와 이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경악과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며 "정부와 협의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추진하는 한편 EU·일본 등과 공조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철강 가격 회복세에 찬물=신한증권 박준균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t당 1백80달러(열연코일 기준)까지 떨어졌던 철강제품이 최근엔 2백20~2백30달러로 회복세를 보였었다"며 "그러나 이번 미국의 수입규제 조치로 철강 가격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의 연간 철강 수입량은 2천8백만t 수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따라서 이번 조치로 미국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철강이 동남아 등 다른 지역으로 몰려 철강값 하락을 부채질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포철 통상팀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당초 철강재 가격 하락에 따라 2010년까지 1억3천만t의 과잉설비를 해소키로 합의했으나 이번 조치로 감산협상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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