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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으로 봄 맞으러 갈거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예년보다 빠른 봄소식. 반가운 봄꽃이 남녘의 들판을 곱게 수놓기 시작한다. 님 만나 부끄러워하는 새색시의 속마음처럼 가슴은 한없이 설렌다. 남쪽 바다에서 불어오는 훈풍은 경남 통영의 꽃망울을 하나둘 터뜨리기 시작한다. 매물도와 비진도 등 다도해의 섬 사이를 빠져나온 남녘의 봄은 이제 미륵도에 발을 내디디며 하늘과 바다, 섬과 물의 부드러운 앙상블을 연출한다. 때맞춰 열리는 윤이상 국제음악제(8~16일)와 굴 축제(9일)가 사람들의 귀와 입을 한없이 즐겁게 만들어준다.

#1.봄 햇살 맞으며 편지를 쓰고 싶은 곳

'사랑하는 것은/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통영 시내와 미륵도 관광특구를 연결하는 해저 터널의 벽에는 통영이 고향인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의 전문(全文)이 붙어 있다.

해저 터널(4백83m)은 동양 최초로 1932년 완공됐다. 임진란 때 이 일대는 수많은 왜병이 수장(水葬)됐던 격전지. "일본인이 '왜병들 숨진 곳 위로 조선 사람들이 걸어다니게 할 수 없다'며 다리 대신 터널을 뚫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통영시내와 미륵도 사이에는 현재 두개의 다리(충무교·통영대교)가 놓여 있다.

미륵도 일주도로인 산양관광도로(21㎞)는 도로 주변에 동백이 많이 심어져 있어 '동백로'라고도 불린다. 섬 남단의 달아공원은 남쪽으로 뾰족 튀어나온 언덕에 있어 섬 주변의 다도해 전망과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미륵산(4백61m)에 오르면 제승당(制勝堂)이 있는 한산도 등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제승당은 이순신 장군이 1593년 삼도수군통제사가 되면서 처음으로 본영(本營)을 설치했던 곳.

#2.봄밤,남망산에 흐르는 선율

통영은 세계 현대 음악의 5대 거장으로 꼽히던 음악가 고(故) 윤이상(尹伊桑)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난 9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열렸던 '윤이상 현대음악제'가 올해부터는 '통영국제음악제'(www.timf.or.kr)로 탈바꿈한다. 행사 기간도 지난해의 사흘에서 아흐레(8~16일)로 늘렸다.

남망산 조각공원과 가까운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는 개·폐막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시·7시30분·8시(또는 9시) 등 세차례 공연이 열린다. 조각공원에서는 통영항과 통영대교의 야경이 황홀하다. 특히 통영운하 위로 통영대교의 조명이 바다 위에 반사되며 수면에 녹색 기둥을 드리운다.

#3.청정 해산물과 굴 축제

한려수도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는 통영 앞바다는 사시사철 신선한 해산물을 푸짐하게 내놓는다. 통영에서 해산물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은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실비집'들이다. 소주 한병이 1만원이지만 제철 활어회와 해삼·전복·우렁쉥이·갈치구이 등의 안주를 무료로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동호항과 항남동 일대에 밀집해 있으며 음식점 간판에 '실비'라는 말이 들어있다.

통영은 전국에서 굴이 가장 많이 생산되는 굴 주산지다. 9일 오전 11시~오후 4시 중앙동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굴수협(055-645-4511~4·www.oyster.co.kr)주최로 굴 축제도 열린다. 굴요리 시식회·굴까기 대회 등이 마련돼 있다. 참가자 2천5백명에게 1백50g짜리 생굴을 무료로 준다.

굴 주산지답게 시내 식당 곳곳에서 굴을 맛볼 수 있지만 본격 굴요리를 다양하게 즐기려면 굴 전문식당인 향토집(055-645-4808)이 좋다. 굴전·굴찜·굴구이·굴솥밥·굴죽 등 십여가지의 풀코스 굴요리가 나오며 2만원이다.

통영=글·사진 성시윤 기자

여행쪽지

수도권에서 통영에 가려면 대전~진주 고속도로를 타고 사천톨게이트를 빠져나온 뒤 국도 33번선을 따라 고성을 거쳐 14번 국도로 갈아타면 된다.

국제음악제 사무국(055-645-2137)에서는 충무마리나리조트에서의 숙박(1실 6인)과 음악제 관람을 묶은 1박2일(1인당 3만원)·2박3일(5만원)의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리조트와 공연장 사이에 매시간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한편 충무마리나리조트(www.kumhoresort.co.kr·02-6303-7110)에서는 음악제 기간 중 평일을 이용해 리조트 내 요트를 타고 추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요금을 정상가보다 10% 할인해 준다. 요트는 8인승으로 한척당 주중 이용 가격은 당일 25만원,1박2일 3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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