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약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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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병원에서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약을 장기간 복용한 뒤에도 차도가 없어 병원을 다시 찾았다. 약을 더 복용하라고 해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 병원측이 지정해 준 약국에서 약을 지어 계속 복용했다. 그런데 약을 복용하면서 이전에 없던 이상한 증상이 나타났다. 게다가 아픈 곳은 전혀 낫지 않았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증상을 얘기했더니 그럴 리가 없다며 복용하고 있는 약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의사가 약을 살펴보더니 "내가 처방한 제약회사의 약이 아닌 다른 회사의 약으로 조제했다"고 했다. 그 의사는 즉시 약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고, 약사는 "처방해준 회사의 약이 없어 다른 회사에서 나온 같은 성분의 약을 줬다"고 했다. 그러자 의사는 "그렇다면 평상시에도 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제하지 않고 약사 멋대로 했다는 말인가"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내게 "의사로서도 약사에게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의사의 말대로라면 의약분업 후에 나 같은 경우가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정부는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적자 해결책을 마련하고 개인병원들의 부당한 의보료 청구·탈세 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또한 진료와 처방간의 사각지대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김종욱·서울 노원구 상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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