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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네스 기록 인증장사 말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해 7월 산림청 임업연구원은 충북 보은군의 정2품 소나무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혼례를 한 나무'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기네스북의 한국 내 출판권을 가진 한국기네스가 심의 접수비 등 80만원을 받고 기록 인증을 해줬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이 '기혼 소나무'를 세계 기록에 올려주겠다는 한국기네스측 제의에 다시 1백10만원을 건넸다.그러나 이후 연락이 끊겼고, 기네스북 한국판은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한국기네스가 지난해 10월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연구원측은 5일 "아무래도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회사측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한국 최고기록을 선정해 지난해 2월까지 기네스북 한국판에 수록해온 한국기네스를 둘러싼 사기극 논란이 한창이다. 이 업체가 "한국 내 기네스북 출판권만 있을 뿐 한국 내 최고를 선정할 권리는 없다"는 영국 기네스 본사의 통보에 따라 폐업을 하고 사라져 버리면서다.

운영하던 인터넷도 당연히 폐쇄됐고 올초 발간 예정이던 2001년 기네스북도 출간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국기네스측의 말을 믿고 '본 제품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라는 광고를 한 수십개 업체들은 어정쩡한 처지가 됐다.

그중엔 S물산·K은행·H제과 등 대기업과 유명 금융기관들도 수두룩하고,광고 대상물도 애경 트리오(최장수·최다판매 주방세제), 베니건스 도곡동점(국내 최대규모 페밀리 레스토랑), 의왕시 내손동 래미안 아파트(국내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 내 벤치) 등 다양하다.

H제과 관계자는 "지난해 B아이스크림이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며 찾아와 1천만원을 요구했으나 5백만원만 줬다"며 "아직도 기네스북에 오른 상품으로 TV광고를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속은 걸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 본사는 한국기네스측에 이런 식으로 돈을 받고 인증해주는 행위를 문제삼아 계약 해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기네스 전 간부 吳모씨는 "그동안 국내 기록 자체 인증을 용인해 오던 기네스 본사가 지난해 갑자기 인증권이 없다고 해 협의 끝에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합의를 본 뒤 폐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영국 본사 담당자 매리 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네스북을 번역해 출판할 권리만 줬을 뿐"이라며 "이를 어긴 한국기네스의 행태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네스북=아일랜드의 맥주회사 기네스가 세계 최고를 모아 해마다 발행하는 기록집. 40여개국에서 발행되며 한국에선 1997년까지 한국기네스협회가 출판권을 갖고 있다가 계약을 해지한 뒤 한국기네스가 사업을 해왔다. 한국기네스는 2001년 기네스북 국내 출판권료로 본사에 3만달러(약 3천9백만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성호준·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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